코레일, 무노동 무임금·고소 압박… 노조, 40% 참가율로 대오 유지 중
  • ▲ 멈춰 선 화물열차.ⓒ연합뉴스
    ▲ 멈춰 선 화물열차.ⓒ연합뉴스

    철도노조의 '나 홀로 파업'이 20일로 24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갈아치웠다.

    파업 장기화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잠정 피해액이 지난 18일 현재 31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달갑지 않은 역대 최장 철도파업 신기록

    철도노조가 달갑지 않은 신기록을 경신했다. 20일 역대 최장기 파업기록을 하루 늘렸다.

    철도노조는 2013년 12월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 설립과 철도 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파업을 벌였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대파업에 동참하면서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지난 5월30일 이사회를 열어 철도노조와 제대로 된 단체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체계를 변경했다"며 "코레일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보충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음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비난의 화살을 코레일에 돌렸다.

    이날 서울과 부산 지하철 노조도 파업에 참여했지만, 서울 지하철노조는 사흘만인 29일 파업을 접었고 부산 지하철노조도 다음날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0일에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운송 특수고용직 노동자연대(화물연대) 본부가 정부의 '화물 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반대하며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치성 파업'이란 비난 속에 비조합원 동참을 끌어내지 못하고 열흘만인 19일 파업을 철회했다.

    19일에는 서울 지하철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하루 부분파업에 들어갔지만, 오전 7시18분께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차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로 승객이 숨지면서 2시간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철도노조의 나 홀로 파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렇다 할 돌파구도 없는 실정이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사실상 정치권의 중재를 거부하면서 강 대 강 대립이 이어질 기세다. 홍 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차원의 중재 제안에 "노사 문제는 노사가 풀어야 한다. 외부에서 자꾸 개입하니까 파업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 저희도 힘들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코레일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19일 징계위원회 전체회의(3개 위원회 18명)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파업 참여 현황과 각종 위규행위 사례 등을 검토하고 앞으로 징계위 개최 일정과 운영방법을 논의했다.

    코레일은 파업 핵심주동자와 선동자 등 182명에 대해 1차 조사를 하고 있으며 조사를 마치면 즉시 징계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12개 지역본부와 소속기관에서도 자체 징계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20일 자정까지 근무지로 복귀하라고 최종 복귀명령을 내린 상태다. 복귀시한 내 복귀하면 단순가담자는 최대한 선처하지만, 복귀시한을 넘기면 인사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태도다.

    코레일 감사기준시행세칙에는 직원이 4일 이상 무단결근 또는 이탈하면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할 수 있게 돼 있다. 인사규정시행세칙에도 고의로 직장을 이탈하면 파면·해임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날 복귀자 현황이 이번 파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코레일로선 철도가 전통적인 강성노조인 데다 과거 장기 파업의 경험이 있어 파업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는 게 변수다. 노조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승객 불편과 안전사고 우려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코레일은 노조원의 복귀를 설득하는 한편 파업 주동자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청구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을 원칙으로 지난 17일 파업참가자에게 급여명세서를 통보했다. 노조를 대상으로 80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파업선동자 20명을 고소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총 143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한 상태다.

  • ▲ 대체인력 교육.ⓒ연합뉴스
    ▲ 대체인력 교육.ⓒ연합뉴스

    ◇잠정 손실액 310억원… 파업 도중 첫 정규직 500명 모집 계획

    파업 장기화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레일은 운송 차질 등으로 말미암은 영업 손실액과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인건비 비용이 지난 18일 현재 31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3년 파업 당시 공식 피해액은 162억원이었다.

    파업이 길어지면 아직 100% 운행률을 보이는 KTX 여객 수송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3년 파업 때는 파업 8일째인 12월16일까지 KTX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9일째부터는 차츰 운행률이 떨어져 16일째인 24일에는 가장 낮은 76.8%까지 내려갔다.

    코레일은 올해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여객 수송률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기존 필수인력에 복귀자, 열차 운행이 가능한 승무사무소 팀장급 대체요원,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 기관사 등이 충원돼 파업 전과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 대체인력의 피로도를 줄이고 화물열차 추가 운행을 위해 인력 추가 확보에 나섰다. 코레일은 지난달 30일 기간제 직원 1000명을 수시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파업 추이를 봐가며 최대 3000명까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796명을 채용해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16일에는 500∼2000명의 기간제 직원을 공개 모집했다. 총 2171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르면 다음 주에는 정규직 근로자 채용공고도 낼 계획이다. 채용 인원은 최소 500명이다. 코레일이 파업 도중 기간제인력이 아닌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 현원이 1100명 부족한 상태에서 파업 여파와 안전운행에 대한 국민 우려를 고려해 정규직 채용 시기를 앞당기고 인원을 500명 수준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코레일은 20일 오전 6시 현재 평소의 82.8% 수준에서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KTX와 통근열차는 정상 운행한다. 수도권 전철은 88.4%, 새마을호는 57.7%, 무궁화호는 62.3%, 화물열차는 45.3% 수준에서 운행한다.

    파업참가자는 출근대상자 1만8360명 중 7360명으로 파업참가율은 40.1%다. 복귀자가 381명으로 늘었지만, 참가율은 큰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직위해제자는 총 218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