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 매각액 절반, 임직원 평균 연봉 2배 이상 요구 '몽니'"정년 고용보장 등 비현실적 주장에 협상 난항…합리적 수준 협의 필요"


  •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조직된 프린팅사업부 비상대책위원회가 과도한 위로금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휴렛팻커드(HPI)에 매각 결정된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는 내달 1일자로 사업부를 분할, 자회사를 신설하는 절차를 거쳐 1년 내 지분 100%와 관련 해외자산이 HPI에 매각된다. 프린팅사업부의 매각액은 10억5000만달러(1조15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프린팅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으로 국내외 임직원 수는 6000여 명이다. 국내 근무인원은 1800명 내외다.

    매각 사실이 알려지며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은 고용 문제 등을 내세워 대책마련을 요구했고 비대위를 꾸려 지난 11일부터 매각 반대 집회를 벌였다. 
    삼성전자와 비대위는 위로금 등에 대한 협의에 돌입했지만 협상은 비대위의 과도한 위로금 요구로 난항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프린팅사업부 한 직원은 "비대위가 삼성전자에 1인당 위로금 2억5800만원과 삼성전자 전사평균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비대위는 삼성전자에 "근로자 사기진작 및 소속감 증진을 목적으로 위로금 2억5800만원을 2016년 10월 21일까지 지금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부를 매각·합병하는 과정에서 위로금을 종종 지급해왔다. 위로금은 일반적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한화로 매각된 삼성테크원,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의 경우 1인당 평균 4000만원, 2000만원, 5500만원의 위로금을 받았고, 롯데로 매각된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직원들 역시 1인당 6000만원의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5000만원의 위로금을 제시했지만 비대위는 브랜드 가치, 프리미엄이 더해진 보상을 요구하며 1인당 평균 2억5800만원의 위로금을 요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억5800만원의 위로금은 기존 전례 대비 4배 이상, 삼성전자 평균 연봉의 2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라며 "프린팅솔루션사업부 국내 직원이 1800여 명인 것을 감안할 때 2억5800만원의 위로금은 HP에 매각하는 대금 1조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분할 이후 매년 6월과 12월에 목표인센티브(TAI)와 성과인센티브(OPI)를 각 800%씩 정기상여금으로 변경해 지급할 것을 함께 요구했다. 이는 분할 후 연봉을 2배로 올려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삼성전자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수준의 성과급(ps.pi)를 지급하고 지급률을 전사평균(40%) 이상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프린팅사업부가 심각한 적자로 최근 2년간 2~3%의 성과인센티브를 지급받은 것을 감안할 때 수십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비대위의 과도한 요구에 삼성전자가 난색을 표하자 비대위는 위로금을 1억5000만원으로 떨어뜨렸지만 세후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결국 세전 금액인 2억5800만원과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비대위가 주장하는 고용보장 요구안도 협상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PI와의 협상 과정에서 전원 고용 승계 및 5년 고용 보장을 합의했으나 비대위는 별도의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5년 이외의 정년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등 비현실적인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프린팅업계 한 관계자는 "캐논과 리코 등이 주도하던 레이저 프린팅 시장에서 삼성과 HP의 합병은 큰 이슈"라며 "협상이 장기화돼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삼성 프린팅사업은 중국 레노버 등에 매각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와 같은 고용보장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