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안 한다"던 코레일, 시험운전 참여… 1년 만에 철도행정 '오락가락'
  • ▲ 2층 KTX 콘셉트 디자인.ⓒ연합뉴스
    ▲ 2층 KTX 콘셉트 디자인.ⓒ연합뉴스

    연구가 중단됐던 2층 고속열차(KTX) 개발이 재추진된다. 하지만 국내 철도산업의 독점적 시장 구조 탓에 연구과제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현대로템이 중단된 연구과제를 다시 이어가는 촌극이 벌어지게 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연구과제 추진 과정에서 2층 KTX를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1년 만에 시험운전을 맡겠다며 나서 근시안적 철도행정이라는 눈총을 사고 있다.

    14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11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 코레일과 함께 한국형 2층 KTX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층 KTX는 1개 열차당 좌석 공급량이 1404석으로 기존 KTX-산천의 363석보다 4배쯤 많다. 공동연구가 완료되면 대한민국은 시속 300㎞급 2층 고속열차에 관한 독자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는 프랑스의 'TGV-Duplex'가 유럽에서 독점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로템, 철도연, 코레일 등 3개 기관은 우선 시험차량 2량을 제작해 내년 말까지 시험운전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차량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시험차량의 설계와 제작, 철도연은 시험계측과 주행안전성 평가, 코레일은 시험운전 등을 각각 맡는다.

    현대로템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면 60개월쯤의 제작 기간을 거쳐 오는 2023년께 2층 KTX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시속 300㎞급 2층 KTX 개발은 애초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은 2013~2017년 290억원을 들여 2층 KTX를 개발하기로 하고, 철도연을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대로템은 주관연구기업으로 참여했다.

    연구는 지난해 6월 2차연도 과제평가에서 현대로템이 낙제점인 49점을 받아 중단됐다. 정부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평가점수가 60점을 넘어야 한다. 현대로템은 논문 등 성과목표 미달성, 연구비 집행실적 미흡, 세부과제에 관한 통합 연구 추진일정과 실적 제시 미흡 등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현대로템은 다른 연구과제인 '고속화물열차 및 여객화물 복합열차'에도 참여해 과제평가에서 46.6점을 받았다. 이 연구과제도 중단됐다.

    국토교통부는 연구과제 수행실태 점검을 통해 정부지원 연구비 46억원을 환수하고, 3년간 현대로템의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참여를 제한했다.

    현대로템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층 KTX 개발은 그렇게 중단됐다가 이번에 현대로템이 사업 재추진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사업 재추진의 배경에는 철도산업의 독점적 시장구조가 있었다. 국내 철도차량 공급은 현대로템이 독점하고 있다. 정부 추진 사업에서 현대로템이 낙제점을 받았지만, 결국 현대로템 말고는 사업에 참여할 업체가 없는 셈이다.

    이번 MOU에도 정부 연구과제에서 각각 주관연구기관과 기업으로 참여했던 철도연과 현대로템이 협력기관으로 포함됐다. KAIA는 아예 현대로템과 2층 KTX 상용화로 수익금이 발생하면 그동안의 기초연구자료 활용 정도를 따져 연구비 일부를 징수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사업 주체만 정부기관에서 민간업체로 바뀌었을 뿐 결국 같은 사업을 정부가 평가에서 낙제점을 준 기업의 주도로 재추진하는 모양새다.

    코레일은 2층 KTX와 관련해 오락가락 행정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는 연구진행 과정에서 2층 KTX를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밝혀 연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올해는 시제차량 시험운전에 참여하겠다며 MOU에 참여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수요처인 코레일은 2층 KTX를 상용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며 "당시 연구일정이 지연돼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수요가 사라졌으니 개발해서 무엇하냐'는 소리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철도행정을 근시안적으로 펼친다고 지적한다. 2층 고속열차가 수송력 증대와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 장점이 많아 유럽에서는 이미 추세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임에도 코레일이 중장기적인 비전 없이 철도 정책을 주먹구구로 접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