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선복량 욕심 … 블랙메일 난무
  • ▲ 현대상선.ⓒ연합뉴스
    ▲ 현대상선.ⓒ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일각에서 제기된 현대상선의 세계해운동맹 2M 가입 불발설과 관련해 최악에는 동맹 없이 독립 국적선사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으로 현대상선의 몸값이 떨어졌고, 2M에 가입해도 처리하는 뱃짐이 크게 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의 2M 가입 불발설에 대해 "아직 (현대상선과 2M의) 협의가 중단됐거나 불발됐다는 얘기는 없다"며 "불발설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윤 차관은 "미국 해운 전문지인 저널 오브 커머스(JOC)에서 관련 발언이 나왔는데 일부 화주 사이에서 그런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는 2M 가입을 위한 세부 조건 등에 대해 협약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현대상선도 (가입의) 중요성을 알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차관은 "정부도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할 수 있게 외교적 채널이나 해사분야 등 여러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사견으로는) 가입할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차관은 가입이 불발됐을 때 플랜B에 대해선 "가입이 안 되면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다만 세계 20위 내 해운선사 중 일부는 동맹 가입 없이 독립선사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해운선사 중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7위 선사 함부르그 수드(독일)와 18위 짐(이스라엘), 19위 완 하이(대만) 등 3곳이다.

    내년 4월 세계해운동맹 재편을 앞두고 짝짓기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제3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타진하기에는 늦었다고 보고 최악에는 독립선사 운영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함부르그 수드, 짐 등은 해운동맹에 가입 안 해도 독자적인 영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공동운항을 위해선 비용이 발생하므로 주력노선과 확보 물량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해운동맹이 무조건 (선사에) 유리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도 협상과정에서 2M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면 이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해운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의 경우 해운동맹에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한 만큼 가입이 불발되면 골치 아픈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해운전문가는 "독립적으로 선사를 운영하는 짐 등도 해운동맹 형태는 아니어도 구간 구간 다른 선사와 공동운항하는 협력구간이 있다"며 "현대상선의 경우 주력노선에서 서비스를 확대해야 하는데 해운동맹에서 빠지면 이런 협력이 비주력노선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가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려 하지만, 2M은 현대상선이 많은 선박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게 이번 불발설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해도 선복량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제기됐었다. 고객으로선 같은 가격에 해운동맹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거래처를 옮길 수 있는 만큼 머스크 등에서 현대상선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합류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2M은 현대상선이 제한적으로 들어오길 바랄 것"이라며 "현대상선은 2M 가입 후 현재 수준으로 선복량을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