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개 재건축단지 사업승인 보류…보수적 입장 여전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 임박…조합원들 '발동동'
  • ▲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 서울시는 지난 2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압구정아파트 지구단위계획 전환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층수 제한 완화 및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 연장 등 주민의견에 대해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부분으로, 법적변경이 있기 전까지는 어렵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강남권 재건축사업이 서울시 '태클'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11·3부동산대책까지 더해져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재건축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 측은 압구정아파트 재건축과 관련,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번 설명회는 시가 기존 기본개발계획(정비계획)에 묶여있던 압구정 일대를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면서 촉발됐다.

    재건축을 위한 정비사업 중심 계획에서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상업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시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별 단지별 정비가 아닌 △교통 △주거환경 △기반시설 △주변지역과의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광역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관리 기법을 적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강남구나 해당주민들과의 사전협의 없이 지난달 일방적인 통보 형태로 전해지면서 주민들 공분을 샀다. 수년전부터 50층 이상 단지구성과 내년 말까지 유예되는 초과이익환수제 기간에 맞춰 관리처분인가를 계획했던 상황에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모든 계획을 백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에 따르면 기존 기본개발계획은 내달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후 내년 6월 사업시행 인가, 연말 관리처분 인가까지 진행해 초과이익환수제를 주민들이 피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의 지구단위계획 전환에 따라 관리처분 인가가 2020년 4월까지 늦춰지면서 2년 4개월가량 지연이 불가피하게 될 전망이다.

    내년 말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받게 되면 2018년부터 재개되는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가구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은 조합원은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재건축 분담금으로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이 줄어들면서 재건축 조합들은 좌불안석이다. 재건축 사업의 핵심은 투자수요자들이 얼마나 유입되는 지가 관건인데, 최근 들어서는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국내 정세 불안, 11·3대책에 따른 부동산시장 경색 등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이 압구정 일대 재건축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달에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송파구 잠실지구 진주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4차 아파트 등 4건의 계획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다.

    반포주공1단지 경우 단지 규모에 비해 교통·기반시설 계획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심의가 보류됐다. 지난 7월 심의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했으나 올림픽대로쪽 덮개공원 등 기부채납시설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아파트는 재건축하면서 새로 짓게 될 공원면적을 법에서 정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해 통과되지 못했다. 조합의 재건축 계획안에는 공원면적 4284㎡를 확보하게 돼 있으나, 서울시에서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근거로 8850㎡ 규모로 2배 정도 확대해야 한다며 승인을 보류했다.

    최근 보류 판정을 받은 한 단지의 조합원은 "따로 소위원회를 꾸려 세부적인 사안을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도계위에 올리는데도 번번이 보류나 재심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향후 행정절차를 내년 말까지 진행해야 할 조합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단지의 조합원은 "올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 서울시의 심으를 통과한 단지는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그나마도 두 차례 이상 심의를 받아 가까스로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11·3대책으로 강남권 재건축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새로운 재건축 사업 추진마저 제동이 걸리면서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114 시세조사 결과 11월 4주차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서초(-0.20%), 강동(-0.13%), 송파(-0.06%), 강남(-0.01%) 순이다.

    압구정동 M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계획이 다시 수정된다고 하더라도 계획이 결정될 때까지의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업 차질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비용 부담에 그 사이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높아져 상황이 좋지 않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강남권 재건축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서울시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서울시 측은 "단지별 보완사항이 있었을 뿐 시가 의도적으로 사업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