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좌석에 접이식 탁자·전원 콘센트52.3㎞ 국내 최장 율현터널 지나 수서~동탄 14분 만에 주파
  • ▲ 수서발 고속철도(SRT).ⓒ㈜SR
    ▲ 수서발 고속철도(SRT).ⓒ㈜SR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출발한 수서발 고속철도(SRT)는 미끄러지듯 406톤(10량 기준 총중량)이나 되는 몸통을 움직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터널 속을 내달렸다.

    SRT는 그렇게 경기 화성시 동탄역까지 32.4㎞를 터널에서 주행했다. 이후 경기 평택시 지제역을 지나 기존 경부고속철도와 만나는 지점까지 4.3㎞ 구간을 지상으로 달렸지만, 대부분 노선은 지하 터널이었다.

    SRT가 드디어 다음 달 9일 개통한다.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가 열리는 것이다.

    고속철 운영사인 ㈜SR은 3개월여의 시설물검증 시험을 마치고 11월 한 달간 영업시험 운전을 진행한다. 실제 운영상황과 유사한 조건으로 시설·정보시스템·인력 운용 등 열차운행 상태 전반을 점검한다.

    SRT의 시승 소감은 한마디로 고속 지하철을 타는 기분이었다.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연결통로를 통해 고속철로 갈아탄 느낌이었다.

    SRT는 수서~평택 61.1㎞ 건설구간 중 터널공사가 전체의 93%를 차지한다. 건설구간에는 총 길이 52.3㎞의 율현터널도 있다. 이 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 수서고속철 건설구간 중 율현터널의 비중은 전체의 86%다. 지하 40~50m 깊이에 시공해 목적지를 최단경로로 연결했다는 설명이다. SRT는 서울(수서)~부산 이동 소요시간이 2시간21분으로, 기존 KTX 서울(용산)~부산보다 8분쯤 운행시간을 단축했다.

    터널구간이 많다 보니 소음 문제는 SRT의 최대 난제다. KTX 호남고속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KR에 따르면 시속 300㎞로 터널을 달릴 때 측정한 열차 내 소음은 SRT가 A형 가중 데시벨(㏈)로 77.8㏈(A), 호남고속철이 77.9㏈(A)로 대동소이했다.

    문제는 호남고속철은 지상구간이 적잖은 반면 SRT는 터널구간이 수십 ㎞나 계속된다는 점이다. 호남고속철 구간 중 최장 터널은 계룡터널로 7.2㎞다. 율현터널은 길이가 계룡터널보다 7배 이상이다. 20.3㎞로 경부선 최장인 금정터널보다도 2.5배 이상 길다.

    소음 차이는 지제역을 지나면서 지상구간이 드러나면 확연히 체감할 수 있었다. 창밖으로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SRT는 쥐죽은 듯 조용하게 철로를 질주했다.

    SRT가 수서역을 출발해 14분이 지나자 동탄역에 도착했다. 동탄역은 국내 최초의 고속철도 지하역사로, 지하 6층 규모다. 전체바닥면적은 4만8986㎡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승차장에 설치한 스크린도어(안전문·PSD)다. PSD는 고속철 역사 중 최초로 설치됐다. SRT가 통과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고 풍압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PSD는 SRT가 시속 300㎞로 역사를 지날 때 발생하는 풍압(바람압력)을 기준으로 최대 1.6배 더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치됐다. SRT는 최고 시속 330㎞로 설계됐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열차가 역사를 통과할 때 속도를 줄이므로 실제 PSD에 가해지는 풍압은 설치기준보다 낮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 수서발 고속철도(SRT) 일반실 좌석.ⓒ㈜SR
    ▲ 수서발 고속철도(SRT) 일반실 좌석.ⓒ㈜SR


    SRT는 열차 내 다양한 승객 편의시설을 갖췄다. 모든 좌석에는 노트북 등을 놓을 수 있는 접이식 탁자와 220V 전원 콘센트, 시력 보호를 위한 미색 LED 조명을 설치했다.

    무선인터넷 용량은 특실은 100메가바이트(MB), 일반실은 50MB로, KTX와 비교해 2배쯤 확대했다. 빠른 4G 모뎀을 사용해 속도도 8배쯤 빠르다는 설명이다.

    좌석 간격은 960㎜로 넉넉하다. 무릎공간은 KTX-산천보다 57㎜, KTX보다 75㎜가 넓다.

    특실은 차량 10량을 기준으로 3호차에 해당한다. 우등고속버스와 같은 3열 방식으로 좌석 수는 총 33석이다. 48석인 일반석보다 15석이 적다. 국내 양산 철도차량 최초로 항공기형 밀폐식 선반을 도입했다. 높낮이 조절 목베개와 전동식 젖히는 의자도 마련됐다.

    특실 옆 4호차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다. 원래 특실과 일반실 중간 성격의 우등칸으로 디자인됐지만, 최종적으로 일반실에 포함됐다. 애초 설정이 우등칸이다 보니 일반실과 달리 바닥에 푹신한 카펫이 깔리고 좌석에도 특실처럼 높낮이 조절 목베개 등이 적용됐다.

    SRT는 노약자나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가 열차를 이용할 때 4호차를 우선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SR 관계자는 "4호차는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 배정된다"며 "일반실 요금으로 특실에 버금가는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복환 SR 대표이사는 "안전하고 쾌적한 고품격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삼고자 고객의 눈높이에서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고 내장재 하나까지 꼼꼼히 챙겼다"며 "충분한 시험운전을 통해 개통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