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량 채우기 편법 기승…대학 연구팀 검출률 30배 높아대학 "시간 걸려도 종란접종법" vs 당국 "검출률 떨어지는 PCR방식"
  • ▲ AI 방역.ⓒ연합뉴스
    ▲ AI 방역.ⓒ연합뉴스

    올해 유행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국내 한 대학 연구팀에서 단박에 잡아냈다. 왜 해마다 AI 예찰 활동을 벌이는 정부 방역당국이 아닌 대학 연구팀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AI 전문가는 방역당국의 시료 채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료 할당량을 채우려고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없는 마른 똥까지 수거한다는 것이다.

    검출방식도 문제다. 방역당국이 검출률이 낮은 방식을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대학 연구팀과 방역당국의 AI 바이러스 검출률이 많게는 30배까지 차이 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08년 이후 해마다 AI 예찰검사 추진계획을 세워 임상검사와 감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상검사는 주로 과거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역을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진행한다. 감시검사는 농가와 전통시장은 물론 야생조류 분변과 폐사체 검사 등을 시행한다.

    검역본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역학조사위원회에서 올해 발생한 H5N6형 고병원성 AI가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점을 들어 철새 등을 통해 유입됐다고 추정했다.

    올해 야생조류에 대한 분변·폐사체 검사는 6964건이 계획돼 있다. 지난해 1만3480건의 51.7% 수준으로 줄었다.

    예찰대상 지역은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 37개소와 과거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시·군지역 68개소의 인근 하천과 논·밭 등이다. 예찰활동은 이들 지역에 대해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계속된다.

    충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예산을 들여 추가 예찰활동을 벌인다.

    문제는 올해 첫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방역당국의 예찰감시망이 아닌 국내 대학에서 연구목적으로 채취한 시료에서 확인됐다는 점이다. 건국대 수의과대학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채취한 연구용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의 시료 채취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료 할당량을 채우려고 바이러스를 분리할 수 없는 마른 똥을 수거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전국적인 망을 가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철새 도래지로 직원을 보내 야생조류 분변 등을 채취하는데 이들은 연구가 목적이 아니므로 채취한 시료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오든 안 나오든 상관없다"면서 "먼 곳까지 찾아갔는데 철새가 적어 마땅한 시료가 없으면 다시 나오기 귀찮으니까 편법을 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분변을 여러 개로 쪼개거나 마른 똥을 적시는 수법으로 눈속임한다는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통 1회 시료 채취를 나가면 1곳당 20점의 시료를 수거한다"며 "적당한 시료가 없으면 한 자리에서 여러 개의 시료를 채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시료 채취장소가 고르게 분포되지 못하고 특정 장소로 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예찰활동 계획이 검역본부와 공유되지 못하다 보니 시기나 장소가 중복되기도 한다. 검역본부는 지자체 예찰활동으로 감시망이 촘촘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태도다. 하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다 보니 활동이 겹쳐 행정력만 낭비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시료에서부터 차이를 보이다 보니 대학 연구팀과 방역당국의 AI 바이러스 분리율이 높게는 30배쯤 차이 난다고 주장한다. 해마다 편차는 있지만, 저병원성 바이러스까지 포함해 대학 연구팀의 분리율이 평균 0.3%(시료 1000개 중 3개)라면 검역본부는 0.01%(시료 1만개 중 1개)꼴로 낮다는 것이다.

  • ▲ 방역.ⓒ연합뉴스
    ▲ 방역.ⓒ연합뉴스

    검출방식도 방역당국이 상대적으로 검출률이 낮은 방식을 채택했다는 의견이다.

    대학 연구팀은 종란접종 방식을 사용한다. 시간이 다소 걸려도 정확도가 높아서다. 종란접종은 분리한 바이러스를 주입한 종란(씨알)을 키우는 방식으로 종란 준비·발육·검사에 열흘쯤이 걸린다.

    정확도는 높다. 씨알에서 바이러스가 함께 증식하므로 바이러스가 1개만 있어도 잡아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소견이다.

    방역당국은 종란접종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PCR(특정 DNA를 증폭시켜 비교 대상과 동일 여부를 따지는 방식)로 바꿨다. 그러나 이 방식은 검출률이 낮다. 전문가 설명으로는 똥 속에 바이러스가 1000개는 있어야 검출이 되는 수준이다.

    다른 AI 전문가는 "방역당국이 예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연간 10억여원을 쓰면서 검출효율은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마른 똥을 가지고 검출률이 낮은 방식으로 하면 예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