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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국정 공백 상태를 맞아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탄핵심판 결정 이전까지는 투자와 사업재편 등 중대한 의사결정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 중에는 인사와 채용, 조직개편 등 내부정비 작업에 대해서만 최소한으로 움직임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삼성그룹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검찰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등으로 애초 이달초 잡혀 있던 사장단 인사가 연기된 상태다.
또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공언한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 등 후속 과제가 남아있다.
반면 연말 전략회의 등 상시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21일 DS(부품),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별로 사업부장과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자동차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마저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년 사업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이달 하순 해외영업본부 법인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고 국내외 상황을 공유하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년에도 침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각 대응 플랜을 짜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인사를 가급적 차질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예년보다 조금 늦추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이르면 내주 후반, 늦어도 그 다음주에는 예정대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탄핵 가결이 됐다고 해서 당장 인사를 못 한다거나 경영계획을 짜는 데 차질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지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경영과 사업계획에 있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총수 청문회를 앞둔 지난주에도 예정대로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했다.
LG 측은 사업계획을 예정대로 시행하되 투자나 고용은 국내외 경기상황, 정국 변수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별히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지난 6월 이후 4개월여에 걸친 검찰 수사를 거치며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탄핵안 가결 이후 특별히 별도의 대응 조직을 가동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치 불안, 국정공백이 길어져 내수와 소비가 위축되면 주력 업종인 유통·서비스 부문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데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당초 연말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탄핵 이후 정국과 특검 수사 상황 등에 따라서는 인사 등 경영 주요 일정이 1월 이후로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비상 경영과는 별도로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이 밝힌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실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예정대로 내년 1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17년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다만 연초 단행하는 인사와 조직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권오준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하는 가운데 권 회장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연임 여부는 내년 1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주력인 방산, 석유화학, 서비스, 금융, 태양광 등이 탄핵 정국이나 일시적 국정 공백에 따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 내년 계획된 투자와 채용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