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운용중인 26개 중 15개가 2003~2006년 설정된 상품수익률 하락→수탁고 감소→상품 라인업 부실
  •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자사가 운용하는 어린이 펀드 가입 고객 중 일부를 대상으로 중국 연수 혜택을 제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자사가 운용하는 어린이 펀드 가입 고객 중 일부를 대상으로 중국 연수 혜택을 제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운용업계에서 그동안 간간이 선보였던 어린이 펀드 신상품이 지난해에는 단 한건도 없었다.

     

    수익률 악화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고객 수요가 줄면서 업계에서는 신상품 출시를 주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자산운용사가 운용중인 어린이 공모펀드는 26개로 집계됐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상품은 '미래에셋우리아이글로벌리더자 1 종류A'로 2015년 4월에 설정됐고, 지난해 새로 설정된 펀드는 한 개도 없었다.

    대부분의 상품들은 운용한지 10년 이상된 상품들로 26개 상품 중 절반 이상인 15개가 2003~2006년 사이에 설정됐다.


    어린이 펀드는 자녀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상품에 따라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등을 가입 대상으로 한정하는 특화 상품이다.


    대개 자녀 이름으로 가입해 5~10년간 장기 투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상품에 따라서는 자산운용사가 받은 운용 보수로 가입자 일부 어린이들에게 해외 연수, 영어 캠프 등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의 어린이 펀드 신상품 출시가 뜸한 것은 무엇보다 고객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어린이 펀드는 최근 몇 년간 새 수탁고가 줄어드는 등 고객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아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자산운용사가 운용중인 26개 상품 중 주식형이 19개로 가장 많고, 해외주식형 3개, 주식혼합형 2개, 채권형·해외주식혼합형이 각각 1개 등이다.


    주식형에도 배당주를 주로 운용하는 상품은 2개, 지수 추종 상품은 1개 등으로 상품군이 다양하지는 않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 아니다. 지난 23일 기준 어린이 펀드 26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평균 6.55%로 주식형 공모펀드 평균 6.59%와 큰 차이가 없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은데, 수익률도 떨어지다보니 지난 한 해동안에만 1600억원의 자금을 빼는 등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26개 펀드의 운용설정액은 1조552억원이다.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서는 어린이 펀드와 같은 상품은 장기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린이 펀드가 신규 수요를 끌어내고 향후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주식형이 대부분인 어린이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고객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신상품 출시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또 최근 업계가 사모펀드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공모펀드 신상품 출시가 쉽지 않은데, 고객 수요가 한 풀 꺾인 상황에서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무턱대고 신상품을 출시했다가 자칫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목적은 좋지만 2~3년간 증시가 박스권에 맴돌면서 수익률이 좋지 않은 대신 기존에 운용 보수를 통해 제공하는 혜택만 제공되면서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최근 조금씩 수익률이 회복되는 상품도 있어 잘 활용하면 좋은 상품이지만 업계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탁고와 함께 적립되는 운용 보수가 줄면서 보수의 일부로 제공되는 부대 혜택을 받는 어린이들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