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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빅배스를 단행했다.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및 현대증권의 부실을 지난해 4분기 대규모로 반영한 후 통합 원년인 올해 호실적을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KB금융지주를 통해 지난해 4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전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KB증권으로 본격 통합한 4분기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것이다.
지주 측이 집계한 KB증권의 지난해 4분기 손실규모는 1335억원으로, 핵심은 ELS관련 손실을 952억원으로 처리한 부분이다.
4분기 ELS 관련 손실 500억원에 파생결합증권 평가시스템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면서 손실이 불어났다는 것이 지주측 설명이다.
KB증권 관계자 역시 "회계 평가방법을 변경해 잠재적 손실가능성도 지난해 4분기에 손실로 반영한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는 KB증권의 4분기 대규모 적자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로 보고 있다.
ELS와 관련한 손실에 따른 실적악화로 볼 수 있지만 과거의 부실을 지난해 실적에 모두 반영해 털어내고 새출발을 준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통합출범 이슈와 함께 KB금융지주가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 이후 매 분기별로 KB증권의 보유지분율이 달랐고, 4분기 중반인 11월에 100%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통합 KB증권의 지난해 분기별 실적 산출이 어렵게 돼 있다는 점도 대규모 부실을 털기에 적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ELS 손실에 따른 실적 악화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KB증권은 지난해에 손실분을 대부분 회계상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이같은 KB증권의 4분기 빅배스는 WM과 함께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을 맡고 있는 윤경은 대표 주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경은 대표는 지난 1월 출범기념 간담회를 통해 "ELS의 평가모델 재정립이 필요하고, 과거보다 정교하고 보수적인 모델 마련에 나섰다"고 말하며 사실상 현대증권 시절 ELS의 대규모 손실을 인지하고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으며, 이는 실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윤 대표의 빅배스는 통합 이전 현대증권 대표 시절에도 진행된 바 있다.
지난해 2분기 현대증권이 기록한 135억원의 당기순손실에 대해 당시 증권가에서는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차원에서 빅배스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투톱체제이자 대표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S&T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과거 부실을 지난해 대규모로 털어내는 작업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증권사의 수익창구인 IB분야를 맡은 전 사장은 국민은행과의 연계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반면 윤 사장은 위험 부담이 높은 S&T와 WM 부문을 맡아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B증권 역시 S&T 부문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파생 등 다양한 자산을 운용하는 S&T 부문을 강화해 수익을 적극적으로 창출한다는 계획으로, 윤 사장은 올해 S&T에서 해외 비중을 늘려 고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부실을 털어낸 KB증권은 지난해 ELS 등 파생상품에 대한 손실과 잠재 위험을 지난해 모두 털어낸 만큼 올해부터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ELS 손실 부분은 주요 증권사 모두 안고 있는 부분으로 KB증권이 이를 보수적·선제적 반영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 한 만큼 올해부터는 눈에 띄는 실적을 기대할 수 있고, 지주 내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