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소명 부족, 영장 '기각' 가능성 높아"삼성, '협박-강요' 당한 피해자 강조…법과 원칙 따른 판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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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와 법조계에는 영장 기각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촛불정서와 반재벌 여론에 힘겨운 다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법원은 16일 오전 10시 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결과는 빨라도 자정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기각이 결정됐던 1차 영장심사 결과는 새벽 5시에 발표됐다.영장심사는 서울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영장을 통과시키기 위한 특검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한정석 판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실형을 선고해 한 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최순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의 1차 영장 청구를 기각하기도 했다.특검은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발부됐다는 점에 힘입어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공정위 실무진의 업무일지 등 구체적인 수집 증거를 보유한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있다는 반응이다.반면 삼성은 특검이 제기한 혐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1차 때와 같은 사유로 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과 원칙에 근거할 경우 영장 기각을 자신하지만 여론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어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다. 법원이 혼란스러운 정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책임, 야권을 중심으로 한 여론 등에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그동안 영장 기각을 점쳐왔던 법조계의 의견은 양분됐다. 핵심 사안인 뇌물죄 성립이 1차 때와 달라지지 않아 기각이 예상된다는 의견과 특검의 거센 분위기에 압도당한 영장전담부가 비판여론을 의식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사 출신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조의연 판사에 대한 비판여론을 경험한 법원 영장전담부가 여론을 의식해 영장 발부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한편 재계에서는 경영 공백과 신인도 하락을 들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도주나 증거 인멸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 총수를 구속하는 건 한국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재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여론에 휘둘리지 않은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기업들은 협박과 강요에 의해 갈취 당한 피해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