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간 허용업무 갈등 격화에 '밥그릇 싸움' 논란
  •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은행과 증권 산업은 서로 다른 전용 운동장일 뿐 절대 기울진 운동장이 아니다"

하영구 회장의 첫 마디는 날카로웠다. 이는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황영기 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황영기 회장은 증권업에 대한 공평하지 못한 규제와 은행에 비해 차별받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다른 업권에 대한 신탁업 허용범위 확대 반대, 부동산펀드신탁에서의 다른 업권과의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주장도 펼쳤다.

은행과 증권의 허용업무를 둘러싼 갈등이 각 업권 수장들 간의 설전으로 번진 것이다.

이날 하영구 회장은 "지난해 3분기까지 자본수익률은 생명보험 6.6%, 은행 6.3%, 증권 5.2%이다"라며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1인당 생산성이 금융권 최저 수준이고 효율성이 낮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은행은 축구장에서 축구를, 증권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라는 것이 전업주의이며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운동장이 다른 것"이라며 "지급결제와 환전업무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언급하는 것은 축구장에서 축구 경기 뿐만 아니라 야구 경기도 한다는 뜻이며 손·발 모두 사용하겠다는 셈"이라고 역설했다.

하영구 회장은 현재와 같은 논란을 없애려면 전업주의가 아닌 종합운동장을 만드는 겸업주의로 가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은행과 증권의 설전이 '밥그릇 싸움'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겸업주의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영구 회장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겸업주의 형태로 가야 선택의 폭을 넓히고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금융전체 규모도 살리고 업무 범위도 높혀 국제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권사의 법인결제망에 대해 하영구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등 글로벌IB나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가입된 곳은 없다"며 "기업자본에 대해 지급결제를 허용할 시 증권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리스크를 안게 되고 결국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지급결제망을 지속 요구한다면 자칫 역풍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영구 회장은 현재 은행권에 논란이 일고 있는 수수료 관련 입장도 밝혔다.

하영구 회장은 "정치권, 금융당국, 언론, 시장 등 모두 동일하게 고객, 상품, 수수료, 이자 등을 은행들이 차별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단순히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아닌 차별화 전략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씨티은행의 경우 고객에게 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4차 혁명시대 디지털화에 맞는 업무 방향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하고 싶다는 관점"이라며 "금융 소비자들에게 불편이 야기되지 않도록 정당한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추진동력을 잃은 성과연봉제 관해서도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영구 회장은 "이재명, 문재인 대선 후보가 성과제 반대를 표명했지만 정치권과는 상관 없이 모든 산업이 풀어가야할 문제"라며 "하루빨리 호봉제 임금체계에서 벗어나고 성과제로의 전환이 실현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