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계획물량 10%도 안 돼… 삼성물산 '마수걸이' 분양 아직
  • ▲ 자료 사진. GS건설이 시공 중인 '포항 자이'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 사진. GS건설이 시공 중인 '포항 자이' 현장. ⓒ성재용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해외부실 축소와 국내주택 호조로 1분기 개선된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경우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GS건설은 12개 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올해 신규분양시장이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당초 계획된 물량조차 선보이지 못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하이테크 공사 준공이 임박하면서 매출이 지난해 1분기 2조7930억원에 비해 2.93% 감소한 2조711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1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150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부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국내외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건설부문 정상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이다. 삼성물산 측은 "부실 프로젝트가 종결된 데다 경영체질이 개선된 것이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매출 4조1297억원·영업이익 228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7% 감소했지만, 원가절감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영업이익은 10.4% 늘어났다. 쿠웨이트 알주르 LNG터미널 공사·사우디아라비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공사 등 해외 대형공사와 가락시영 재건축 현장 등 국내주택 매출 증가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경우 매출이 2조640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2%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2211억원을 기록, 1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물론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대우건설이 활발하게 분양사업을 전개해 온 국내주택과 건축부문에서 양호한 수익을 달성한데다 해외부문도 원가율 개선으로 흑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분기에만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인 7000억원의 31%를 달성했다"며 "잠재부실을 털어낸 만큼 해외 부문 추가 손실 여지가 없고, 베트남 스타레이크 신도시 등 수익성 좋은 현장 매출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매출 2조95억원·영업이익 35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21%·735% 증가했다. 지난해 공급한 주택사업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건축사업 실적이 개선됐고,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플랜트사업의 흑자전환도 영향을 미쳤다.

    GS건설은 1분기 매출 2조7140억원·영업이익 72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8%·148.3% 증가하며 견조한 실적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12개 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 1200억원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는 주택부문 원가율이 크게 개선된 국내건축이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축부문은 '자이'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운 분양 호조와 착공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65.1% 증가한 매출 1조55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건축부문의 이익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 영업이익은 141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4.3% 증가했다. 매출액은 1조1331억원로15.6% 늘었고, 순이익도 1028억원으로 111.9% 증가했다. 신규 주택사업 착공과 공정 본격화가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으며 또 기존 현장 원가율 개선으로 수익성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측은 "외주 주택부문이 지난해에 비해 83% 성장한 매출과 함께 17.6%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했고, 자체 주택부문 매출총이익률이 31.1%로 2개 분기 연속 30%가 넘는 이익률을 시현, 주택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세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대형건설사들이 계획했던 신규 분양물량의 10%도 아직 공급하지 못하면서다. 시장 불안감에 따른 대형건설사들의 공급 축소는 시장 전반의 위축 등 또 다른 악영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분양물량을 계획했던 대우건설 경우 총 2만7889가구 계획물량 중 2638가구만 공급하면서 분양실적이 9%에 그쳤다.

    삼성물산 경우에도 올해 9017가구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분양실적이 없는 상태다. 상반기 계획했던 개포시영 재건축(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분양은 하반기로 연기된 상황이다.

    현대건설 역시 총 1만4422가구 공급계획에서 현재까지 560가구 분양에 그치면서 분양실적이 3%에 그쳤다. 연초 계획됐던 '서초 주상복합(오피스텔 포함 800가구)' 경우 계약 자체가 무산됐고, 상반기 공급예정이던 북아현 1-1구역(신촌 힐스테이트)은 3분기로 연기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올 초 탄핵 정국이라던지 자금대출 시행 등으로 올해 부동산시장의 시작 자체가 어수선했다"며 "최근에는 조기 대선 여파로 소극적으로 분양에 나서게 되는 등 복합적으로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제기된 과잉공급 우려와 급증하는 가계부채로 정부가 부동산 옥죄기에 나서면서 올해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가 예상됐다"며 "이에 건설사들도 공급 계획을 줄이긴 했으나, 국내외 불안정한 정세로 인한 예상보다 보수적인 금융권의 인식 등으로 사업 자체가 제자리걸음 중인 현장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들이 분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인 만큼 당초 예정됐던 물량들이 연내 공급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