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폰이 그동안 우리나라 가계통신비 절감에 큰 일조를 해왔지만, 성장 둔화세를 보이자 새정부가 '토사구팽'을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법적 근거없는 '기본료 폐지'를 강행하며, 2G나 3G 고객이 대부분인 알뜰폰 업계를 사실상 멸종 위기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한 달여간 일자리 확대를 가장 강조해온 새정부가 40여개의 달하는 알뜰폰 업체들의 직원들을 길바닥에 나앉게 할 모양새다.
16일 알뜰폰사업자협회와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해 알뜰폰 가입자의 가계통신비 절감액을 9818억원으로 추정했다. 또한 협회가 추정한 2011년 이후 누적 절감액은 2조9848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알뜰폰 성장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싼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점차 서비스의 질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성장 정체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 시장 점유율은 두자릿 수대로 확대되기는 했으나, '11% '에서 맴돌고 있다.
아울러 올 10월 일몰인 지원금 상한제 폐지 움직임에 알뜰폰 업계가 울상이다.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의 지원금이 법적으로 통제받으며 가격 경쟁력 있는 알뜰폰에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몰렸지만, 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가입자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 새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통신 기본료 폐지' 정책이 사실상 알뜰폰 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동통신 요금은 가입비, 기본료, 정액요금 등 고정수익과 이용자의 사용량에 따른 통화료(음성·데이터), 기타(부가서비스 등)로 구성된다. 2G나 3G 요금제의 경우 '기본료-통화료'로 구성되는 표준요금제가 일부 남아 있지만, 국민 70% 정도 사용하는 LTE는 기본료 항목 자체가 없는 통합요금제 방식이다.
사실상 1만1000원의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수혜 대상은 전체 이통 가입자가 아닌 2G나 3G 고객이 된다. 문제는 2G와 3G 고객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알뜰폰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새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토사구팽'한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단 입장이다.
그동안 국내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큰 일조를 했음에도 불구, 단평향적 사고에 입각한 기본료 폐지로 통신시장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멸종'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기본료 폐지는 단순히 찬·반 문제가 아니라 알뜰폰이 멸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알뜰폰이 현재 통신시장에서 이통3사의 유일한 경쟁자인데, 우리가 죽으면 오히려 현정부에서 우려는 기업 독과점 체제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료 폐지 시 알뜰폰 업계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고, 매년 영업적자도 기존 310억원 수준에서 42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가뜩이나 대다수의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속 치킨게임식 업체간 요금 경쟁이 치열해 여러 부작용이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전파 사용료 면제 및 망 도매대가 인하가 추진되도 기본료폐지가 강행된다면 업계 줄도산 움직임은 시간문제란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기본료폐지 후 전파 사용료 면제 및 망 도매대가 인하가 추진돼도 이는 '어린애 달래기'식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통신 기본료 토대위에 알뜰폰 활성화 정책들이 추진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 한 달여간 일자리 확대를 가장 강조해온 새정부가 40여개의 달하는 알뜰폰 업체들의 직원들을 길바닥에 나앉게 할 모양"이라며 "통신 기본료 폐지 움직임은 일자리 창출 등 새정부 기조에 맞지않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