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갭투자 세력 외엔 거래시장 '조용'내년 4월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예정일선 중개업소 먹거리 사라질 수도
  • ▲ 8·2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연합뉴스
    ▲ 8·2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연합뉴스


    "지금이 한창 휴가철이라서 조용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책 발표로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내년에 양도소득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 지금보다 더 거래가 끊기겠죠. 막막합니다." (서울 성동구 A공인 대표)

    문재인 정부가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다주택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생업이 주택거래인 일선 공인중개업소는 아예 폐업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배 넘게 뛰어버리는 양도소득세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돈을 벌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실수요 보호와 단기투자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요 부동산시장은 대체로 잠잠한 분위기다.

    마포구 B공인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에 투기지역까지 중복 지정되면서 매수자도, 매도자도 지켜보고 있다"며 "지난달 실거래가 수준으로 호가를 낮춰도 당장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에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보다 강한 타격을 입은 강남권도 마찬가지다.

    중소형, 대형 가릴 것 없이 연일 급등하던 잠실주공5단지도 대책 발표 이후 인근 중개업소들이 '개점휴업'에 들어갈 정도로 잠잠하다.

    잠실 C공인 대표는 "잠실은 장기간 보유하면서 실거주하는 분들이 많지만, 최근에 가세한 투자자들은 손실 우려가 크다"며 "최소한 추석 전까지는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오면서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들은 호가를 대폭 낮춘 급매가 나오는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다주택자들의 투매현상도 포착됐다. 중개업소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거둬들였던 물건이 다시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호가를 내려 서둘러 처분해 달라는 물건도 쌓이고 있다.

    실제 강남구 개포동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투기 지역으로 지정된 첫 날부터 1억원이 내려간 급매물이 등장했으며 서초구 반포동 한 대형아파트 역시 대책 발표 당일 2억원 낮춘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강남4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세종시 역시 마찬가지다. 대책 발표 이튿날인 3일 하루에만 매물로 나온 아파트는 확인된 물량만 30가구가 넘었다. 중개업자가 확인하지 못한 물량까지 고려하면 최소 40가구 이상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아파트 분양권도 하루 만에 10건 넘게 시장에 나왔다.

    이처럼 갑자기 아파트 매매물량과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8·2대책에 포함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때문이다. 주택 수와 상관없이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에 따라 기본세율을 메기는데, 8·2대책으로 앞으로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p를 더해 16~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를 더해 26~60%의 세율이 적용된다.

    일례로 2주택자가 5억원짜리 집을 매수해 6억원에 매도할 경우 1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해 기존에는 2000만원의 세금을 내면 됐지만, 내년 4월부터는 배 이상인 최대 5000만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도곡동 D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는 내년 4월1일 이전에 처분해야 양도세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내년 3월까지 처분하려는 매물이 많이 나오고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일선 공인중개사들이다.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거래에 따른 수익이 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빠질 것 같으면 양도세가 부담이 되더라도 팔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투자한 사람으로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갭투자를 통해 다주택자가 된 케이스 중에서도 양도세 등을 감당할 수 있다면 집값 상승기까지 계속 안고 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내년 4월 이후에는 양도세 때문이라도 거래를 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먹거리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의 경우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 제한이 강화돼 거래가 끊기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차거래를 통한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연쇄 폐업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팀장은 "결국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매매 거래가 힘들어지면서 전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보니 중개업소에서도 전월세 위주의 거래로 사업을 이어갈 것 같다"며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셋값도 워낙 높아 절대적인 금액이 낮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