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호가 하락·거래 감소 등 집값 하락세 전망갭 투자·재건축 투자수요도 감소할 듯"수요 억제에만 초점… 공급 부족 해결 못 해"
  • ▲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실수요 보호와 단기투자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센 고강도 규제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단기적인 시세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초강수 규제책에도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2일 정부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청약제도 개편 등을 골자로 한 8·2대책을 발표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전방위적으로 나올 수 있는 대책은 다 동원됐다고 본다"며 "대출규제부터 재건축·재개발 양도제한을 강화하고, 1순위 청약조건 상향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까지 사실상 투자자들이 유입될 구멍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는 제대로 집값을 잡겠다고 피력한 만큼 시장에서 예상했던 고강도 규제책이 나온 것 같다"며 "갭 투자 등 최근 부동산시장을 교란했던 투기세력은 이번 대책을 통해 어느 정도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책의 주요 타깃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단기적인 시세 조정은 물론,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방까지 하락 분위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우선 대출이 크게 막히고 양도세 부담도 늘어난 만큼 거래 자체가 줄어들며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향후 2~3년간 입주물량이 크게 늘며 과잉공급 우려가 짙은 지방에서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분위기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호가는 바로 떨어지고 시장 전체적으로 일정기간 관망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금리 인상 후엔 실제 매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갭 투자와 재건축 투자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이번 대책의 주요 타깃으로 삼은 갭 투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더해 비과세거주요건까지 부활해 원천 봉쇄될 것"이라며 "막연한 투자보다 거주가치를 중시하는 주택 새 트렌드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앞서 정부가 내놓은 11·3대책, 6·19대책과 마찬가지로 수요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했다. 여전히 도심 내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 가운데 공급에 대한 부분을 정부에서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주택공급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요를 억제하는 만큼 주택 공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허명 부천대 교수(부동산금융학)는 "앞서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양도소득세를 강화함에 따라 세금 부담에 거래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있다"며 "이처럼 과거 실패 살계가 있는데도 양도소득세 강화 카드를 꺼낸 이유가 궁금하다. 차라리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을 강화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분양 중인 서울지역 내 아파트들에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강남 재건축시장에 일시적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지금 당장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닌 만큼 수요가 이쪽으로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본격적인 대책이 시행되는 9월 이전에 모집공고를 낸 건설사들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에 분양을 앞둔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조합원 분양권 거래 규제 등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노렸기 때문에 지방 광역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전매 6개월 제한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전반적으로 강남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