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무적투자자 참여 사례… 낡은 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 ▲ 안산ㆍ시흥~여의도 신안산선 노선도.ⓒ연합뉴스
    ▲ 안산ㆍ시흥~여의도 신안산선 노선도.ⓒ연합뉴스

    신안산선 건설사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우선협상대상자인 트루벤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트루벤)의 제출 서류 미비 논란이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관건은 새로운 사업참여 형태인 재무적투자자(FI)가 이끄는 사업대상자에게 기존 건설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요구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무리한 것이냐에 대한 해석이다.

    국토부는 FI 사업대상자라고 특별대우할 순 없다는 태도다. 반면 트루벤은 정부가 낡은 방식을 강요하지만, 근거가 없고 예비심사 때 명확한 언급이 없었다며 뒷북 행정이라고 주장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일 트루벤에 '신안산선 복선전철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보냈다.

    국토부는 지난달 트루벤이 낸 시공참여확약서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시설사업기본계획(RFP)' 규정에 맞지 않아 서류를 불승인하고, 우선사업대상자 자격을 취소한다고 사전 통보했다.

    트루벤은 오는 23일 열리는 청문에서 국토부가 문제로 지적한 시공참여확약서 등 서류 오류·미비에 대해 소명하지 못하면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트루벤은 청문에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견해다.

    논란의 핵심은 트루벤처럼 FI가 중심인 컨소시엄이 국토부가 통상 건설사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에 요구하던 RFP 규정을 그대로 따르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트루벤은 국토부가 문제 삼는 시공참여확약서 양식은 사업신청자가 사업계획서를 낼 때 함께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트루벤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애초부터 컨소시엄 구성상 시공사가 없는 구조여서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RFP 규정에는 사업신청자(컨소시엄)로 참여하는 업체가 △사업계획서 시공(설계) 계획에 따라 시공할 것과 법률적·재정적·행정적 책임을 감수한다 △사업계획서의 시공(설계) 관련 내용에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허위가 있음이 밝혀지면 어떤 행정처분도 감수한다는 내용의 시공참여확약서를 내게 돼 있다.

    트루벤은 컨소시엄이 FI로 구성돼 시공능력을 평가받기 어려웠으므로 RFP 규정에 따라 공사발주계획서를 먼저 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3개월 이내 적격한 시공자를 선정해 시공참여확약서를 냈음에도 국토부가 불승인했다고 주장한다.

    트루벤은 지난달 27일 뒤늦게 낸 시공확약서가 RFP 양식에 맞지 않는다는 국토부 지적과 관련해선 RFP 협상 규정에 따라 이미 제출한 공사발주계획서에 따라 선정한 시공자의 적격한 서류이며, 건설사 참여를 전제로 한 RFP 양식을 지킬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트루벤 관계자는 "국토부는 지난 3월 사전적격심사(PQ)에서 시공사가 없는 경우에 대한 시공참여확약서에 대해 따로 언급이 없었다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RFP 지침이 건설사 위주로 돼 있다 보니 이번에 처음으로 순수한 FI가 참여하면서 이견이 생긴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트루벤이 나중에 낸 시공참여확약서는 참여 시공사들이 실시협약 체결 후 시공 조건 등이 안 맞으면 계약을 맺지 않을 수 있고, 계약 체결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변경할 여지도 있어 책임 시공을 담보하는 RFP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트루벤이 낸 시공참여확약서에서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10여개 기업은 공사 도급계약 체결을 전제로, 계약을 맺은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FI 중심의 컨소시엄 특성을 고려해 석 달간 유예 조항을 적용했음에도 트루벤이 결함 있는 서류를 냈으니 불승인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역설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트루벤의 주장은 FI 중심의 컨소시엄이니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청문 주재자를 외부 전문가로 선정해 공정하게 진행한다지만, 청문이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각에선 트루벤이 법적 대응을 밝힌 만큼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