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두고 버거운 주가 부양… 국내외 매수자 찾기 난항 예상산은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석좌교수… "구조조정 추진 적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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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새 변수가 등장했다. 국내 대표 진보 경제학자인 이동걸 동국대 석좌교수가 KDB산업은행의 새 수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주가 부양이나 M&A시장 여건 등 1차적인 환경이 쉽지 않아지자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 추진 적임자'로 분류된 이동걸 회장의 등판이 매각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오는 15일쯤 대우건설 매각주간사로부터 실사보고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 7월 말 매각주간사로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 회계자문사로 한영회계법인, 법무자문사로 법무법인 세종을 각각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주간사로부터 이달 중순 대우건설의 매각 실사보고서를 제출받기로 했다"며 "보고서의 적정성과 인수의향을 보인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한 뒤 이달 말께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늦어도 이달 말에는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매각 여건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대우건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는 반대로 주가는 뒤로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옥죄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향후 주택사업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주택공급 7년 연속 1위' 왕좌를 지키고 있는 대우건설에게는 주택업황 불확실성 확산은 악재 중에 악재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더해지면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성장성에 대한 의심으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문 정부가 8·2대책을 발표하던 당일만 하더라도 주가가 52주 신고가인 832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4주 만에 15.5 이상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M&A시장 환경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호반건설이나 부영 등 국내 인수 후보군들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대우건설의 몸집을 소화할만한 여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2006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해체 위기 직전까지 몰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을 끼고 있는 건설사들도 몇 년간 고전하다가 최근 주택 호조를 타고 조금 반짝하는 상황"이라며 "단일기업에 몇조원씩 투자하는 것은 금융위기 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모펀드의 인수 가능성도 전망은 비슷하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을 확보하는데 3조2000억원을 투입했으나, 이익은커녕 현재 주가 기준 1조원대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국내 사모펀드에서 다시 대우건설을 떠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B업계에서는 중국 최대 국영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나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기업인 정유업체 아람코 등 국외 인수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자본'이 '묻지마 식'투자하는 세력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는 익숙한 시장이니까 쉽게 갈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든 더 까다롭고, 더 자세하게 조사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실익이나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주택공급 1위' 타이틀로는 매물가치가 높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매수에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산은의 수장이 이동걸 석좌교수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동걸 신임 회장은 경제·금융 분야에 깊이 있는 연구를 해왔고,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은의 당면 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이동걸 회장과는 동명이인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7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등에 몸담았던 이동걸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회장은 줄곧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하는 국책은행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운·조선업 위기가 불거졌던 지난해 6월에는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대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의 대규모 기업부실이라면 거액 대출을 해준 채권은행들이 모를 리 없고, 몰라서도 안 된다"며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무능을 질타한 바 있다.
이에 대우건설 매각에서도 구조조정이 이전보다 단호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컨트롤해왔던 부행장들의 임기도 끝난 만큼 이 회장과 손발을 맞췄던 인물들의 등용도 예상된다.
산은 부행장 임기는 기본 2년에 1년 연임이 가능해 최장 3년이다.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지난해 1월 선임돼 1년 더 연임이 가능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자금지원 문제와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 등으로 사실상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확실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시기인 데다 이 회장 스스로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업구조조정은 수많은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만큼 원칙에 가깝게 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 만큼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또 어떻게 매각을 성사시킬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