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유전자, 미국 개체군과 동일… 최소 한 달 전 유입"내년 봄·여름 번식 가능성… 부산 감만부두 컨테이너 반출 허용
  • ▲ 붉은 불개미 관련 브리핑.ⓒ연합뉴스
    ▲ 붉은 불개미 관련 브리핑.ⓒ연합뉴스

    사람과 동식물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외래 붉은 불개미의 독성이 꿀벌보다 낮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붉은 불개미에 물리면 과민성 쇼크를 일으킬 순 있으나 발생빈도가 낮다는 것이다.

    국내 유입 시기는 최소 한 달 전으로,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현재 외래 붉은 불개미가 추가로 발견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부산항 감만부두를 총 87개 구역으로 나누고 유인용 먹이트랩 163개를 설치해 정밀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3일부터는 의왕·양산 내륙컨테이너기지를 포함 전국 34개 주요 항만 등을 대상으로 예찰활동을 확대했다.

    검역본부는 부산항 감만부두가 컨테이너 전용부두임을 참작해 외래 붉은 불개미가 컨테이너 등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 5~9월 부산항 감만부두(4E 구역)에 들어온 컨테이너는 중국·일본·대만·미국·호주·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에서 총 4547개가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 불개미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지난달 28일 오후 5시께 부산항 감만부두의 컨테이너 야적장 바닥 틈새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유전자분석 결과 미국에 분포하는 붉은 불개미 개체군과 같은 모계의 유전자형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모계가 미국인 것은 맞지만, 정착 과정에서 독특한 유전자 변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미국이 근원지라고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부연했다.

    인체 위해성과 관련해선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면 숨질 가능성은 있다.

    정부 합동조사에 참여해온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원래 개미 등에 물려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 사례가 연간 20~30명쯤 있다"며 "(외래 붉은 불개미의) 독성은 벌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과민반응이 1이라고 할 때 0.2 이하로 낮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우리나라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왕침개미의 독성이 붉은 불개미의 그것과 맞먹을 것"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이번 현장 조사과정에서 개미집에 손을 넣고 5분 정도 있었는데 물렸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면서 "물린 사람 중 2% 이하에서 과민성 쇼크로 사망하며 연간 4명쯤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북미에서 한 해 평균 8만 명 이상 불개미에 쏘이고 100여 명이 사망해 '살인 개미'로도 불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류 교수는 "100명이 사망했다는 건 연평균이 아닌 총집계 수일 것"이라며 "2000년부터 관련 연구를 했지만, 연간 사망자 수가 100명이란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검역본부도 애초 발표에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지난 7월 일본 환경성에서 게시한 내용을 참고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일본도 해당 자료를 내렸더라"고 밝혔다.

    검역본부가 새로 확인한 바로는 19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의 조사 결과 3만3000여 명이 불개미에 쏘여 0.02%쯤인 66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 중 과민 증상은 80여건으로 보고됐다.

    노 부장은 "중국의 경우 2006년 첫 보고 사례를 봐도 사망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검역본부는 외래 붉은 불개미의 국내 유입 시기와 관련해선 적어도 한 달 이상 됐다고 추정했다.

    박 본부장은 "발견된 개미 개체는 1000여 마리"라며 "개미집 규모와 날개 달린 수컷개미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소 한 달 전에 유입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아 제기하는 확산 가능성에 대해선 "이론적으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라며 "다만 현장 관찰 등을 통해 내린 1차 결론으로는 여왕개미가 알을 낳고 있었으므로 날개가 없어 (이동은 어려운 만큼) 소독 등으로 죽었을 거로 본다"고 주장했다.

    검역본부는 앞으로 최소 2년간 부두 전체에 대해 예찰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내년 봄, 여름에 번식기가 되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국무조정실에 설치한 TF를 중심으로 범정부적인 공동대응체계를 지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역 당국은 이날 정오부터 부산항 감만부두 발견지점으로부터 반경 100m 밖에 있는 컨테이너는 소독 없어 반출할 수 있게 허용했다. 100m 이내 컨테이너는 소독 후 반출해야 한다.

  • ▲ 붉은 불개미.ⓒ연합뉴스
    ▲ 붉은 불개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