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다변화 전략 일환… 대만 홍콩 주도 아시아크루즈協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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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크루즈(유람선)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줄어든 관광객 수 메우기에만 신경 쓸 뿐 동남아 크루즈 얼라이언스(동맹) 가입에 따른 질적 성장 여부 등에는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수부는 오는 20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5층 회의실에서 아시아크루즈협의체(ACC) 가입 협약을 맺는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체결식에는 해수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과 부산·제주·전남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대만 교통부 관광국장, 필리핀 관광부 차관보, 홍콩 관광청 관광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ACC는 동남아 지역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만·필리핀·홍콩이 주도해 2014년 7월 출범한 협의체다. 기항지 홍보와 항로 개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항로 개발 등을 통해 총 70항차를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이날 협약 체결 이후 ACC 관계자들과 내년 한~일~대만 크루즈 항로 운항 확대, 한~홍콩 항로 개설 등을 협의한다.
19~22일에는 동남아 크루즈 입항 확대를 위해 동남아 크루즈 여행사 사장단 등 16명을 초청해 부산·여수·순천 지역 크루즈 시설과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홍보여행(팸투어)도 진행한다.
엄 국장은 "모항 기준으로 지난해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 400만명 중 100만명이 홍콩, 대만 등에서 탑승한 동남아 관광객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크루즈 시장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지역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자 협의체에 가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남아 지역에 케이팝(K-pop) 등 한류 확산으로 한국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ACC 가입을 계기로 크루즈 시장 다변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CC 가입은 크루즈 관광객 수 늘리기에 급급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ACC 가입으로 크루즈 운항이 확대될 거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만·홍콩 등의 크루즈 산업이 ACC 출범 이후 질적, 양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지난해 ACC가 항로 개발 등을 통해 총 70항차를 운항했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70항차 중 회원국 항만을 모항으로 삼아 운항한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운항 횟수를 늘려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기항지보다 모항지로서 입지를 다지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업계에서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제주, 부산 등을 모항지로 하는 크루즈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게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낫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ACC 회원국들의 모항지 기반 항로 개발 실적 관련 질문에 "이렇다 할 참고 또는 연구용역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보통 업계에서는 기항보다 모항의 경우 숙박 등 체류 관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3배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