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검찰까지 망신당할 수 없다는 자기 방어경찰과 검찰의 신경전, 대기업 총수는 검찰의 영역이라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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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폭주하는 경찰에 제동을 걸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청구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한 것.


    경찰은 지난 16일 회사 비용으로 자택의 공사비를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시설 담당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17일 이를 반려하면서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이같은 결정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째는 경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당초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는데 이를 검찰이 지적한 셈이다.


    경찰은 특별한 혐의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를 공개 소환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미 압수수색까지 하며 증거를 확보했는데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검찰은 구속영장 반려, 자체 재수사, 구속영장 신청 수용 등 3가지 카드 중에서 반려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검찰이 직접 재수사를 하기에도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챙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번의 구속영장 반려는 경찰과 검찰의 팽팽한 신경전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에 관한 문제는 검찰이 다루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 사이에 보이지 않던 불문율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조양호 회장 수사는 그 선을 넘어선 것이다.


    당초 재계에서도 경찰이 조양호 회장을 소환할 때부터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 조 회장을 이른바 '잡범'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경찰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자, 검찰로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영역에 대한 수성 의지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구속영장 반려라는 형태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이 재계 총수에 대해 무분별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조양호 회장에게 죄가 있다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하루빨리 관련 수사가 마무리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리한 수사 또는 검경의 파워게임에 기업인이 불필요하게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13~2014년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며 공사대금 30여억원을 대한항공이 영종도에 짓고 있던 호텔 공사비로 전용해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양호 회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조 회장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