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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항공-여행-유통 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금한령'(禁韓令) 이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국내 유통, 관광업계의 매출이 급감했지만, 최근 금한령 해제의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지난 13일 양국 간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만기연장이 성사되고 당대회 폐막일인 24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2년 만에 열리는 등 사드 배치 이후 사실상 얼어붙었던 한중관계에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여행사 사이트에는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7개월 만에 등장했고,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씨트립(携程)이 한국 여행상품 구성을 위해 롯데호텔에 실무 협의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7일 베이징(北京) 주중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대한민국 개천절 및 국군의 날 기념 리셉션'에 천샤오둥(陳曉東)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중국 측 주빈 자격으로 참석한 것도 큰 변화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어 사라졌던 봄날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면서도 "아직 낙관하긴 이른 단계라 조심스럽게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롯데그룹이다. 자사 소유 골프장에 사드 포대가 배치되면서 중국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면세점, 호텔, 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 등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특히 큰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이 지금까지 사드 보복으로 입은 피해액만 1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의 점포를 운영해온 롯데마트는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되고 그나마 영업 중인 12개 점포의 매출도 80% 이상 급감하면서 지금까지 6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다 못한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점포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올 초까지 밀려드는 유커 행렬에 호황을 누리던 롯데면세점도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매출이 30%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도 20%나 줄었다.
금한령으로 인한 롯데면세점의 피해액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994만2835명으로, 작년 동기의 1천300만1573명보다 23.5% 급감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같은 기간 319만2천248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33만4312명)보다 49.6% 감소한 탓이 크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보다 468만명 감소한 1256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출국자와 입국자 수 차이가 1400만명으로 예상돼 관광수지 적자 폭도 사상 최대인 150억 달러(약 17조원)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인 투숙객이 많았던 롯데호텔의 경우 5성급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투숙객이 15∼20% 감소했고, 시티호텔급은 더 많은 20∼30%가 감소해 타격을 입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한중 관계가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면서도 "아직 미래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려운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