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하자는 사후처리, 유통부터 시키는 자가품질검사제도 탓
  •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가 판매적합 검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량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종합국감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시험검사기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맥도날드 계열사인 맥키코리아(이하 맥키)측은 63톤의 대장균 패티를 전국 400여개 매장에 먼저 유통시킨 후, 사후에 부적합 내용을 식약처에 보고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맥키는 2016년 6월 1일 지자체에 순쇠고기 패티 27.2톤을 생산등록했다. 그로부터 20일 후 공인된 외부검사기관에 자가품질검사를 받아야 하는 규정에 따라 동물시험검사소(세종시 소재)에 시험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결과는 10일이 지난 후에야 통보됐다. 부랴부랴 회수조치를 취했으나 2002박스(27.2톤)의 대장균 패티는 이미 전량 판매된 후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장균이 검출된 제품인 줄 알면서도 지자체는 물론 식약처에 신고조차 않은 채 1036박스(14.1톤)를 유통시켰다.


    이같은 방식으로 맥키측이 유통한 대장균 패티는 총 63톤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일일 육류섭취량이 약 46.8kg이었다. 대장균 패티로 환산 시 1340명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폐기처분해야 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이익을 취한 셈이다.


  • 기업 자율에 맡겨둔 ‘자가품질검사제도'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버젓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품의 제조·가공 영업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품질검사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검사 결과 이후 유통시켜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검사 결과 위해식품이 유통돼도 규제할 근거가 없는 상황인 것.


    정 의원은“그동안 맥도날드측은 대장균이 검출된 패티를 판매해 왔다는 말은 한번도 하지 않은 채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덜 익힌 패티가 나올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며 “맥키는 맥도날드의 계열사인데 몰랐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미끼상품 끼워팔기, 자가품질검사 악용 등 매출 올리는 일에만 급급한 기업에 윤리적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법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형프랜차이즈 및 대기업의 자가품질 검사의 경우 선검사·후유통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