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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을 내걸고 차기 이사장을 공모하고 있는 한국거래소가 또 다시 모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차기 이사장 서류심사를 마치고 면접 대상자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 전 대표이사는 경희대 법학과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는 동문이다. 1978년 당시 한국증권거래소 기획부에 입사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적을 옮긴 뒤 2006년까지 은행권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6년 SH자산운용 부사장을 맡으며 금융투자업계로 돌아왔으나 실제 금융투자업 경력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 전 대표가 유력 후보인 정지원 사장의 이사장 임명을 정당화하기 위한 ‘들러리 후보’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역임 중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최대주주인 한국거래소가 11.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증권담보대출과 고객예탁금 운용 등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재무부 등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전형적인 ‘관 출신’인 만큼 거래소와의 직접적 인연은 적다.
부산 대동고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역적 기반과 함께 문재인 캠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우 전 이사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 속에 불명예 퇴진하고 후임자로 거래소 공채 출신 내부 인사들이 다수 하마평에 거론될 정도로 ‘파격 인사’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과거의 ‘적폐’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원인이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거래소가 수차례 후임 인선 과정을 번복한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당초 거래소는 지난달 1차 서류모집을 진행했다 돌연 인재풀을 넓힌다는 이유로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총 14명의 후보가 지원했으며 그 중 당사자 동의를 받은 7명의 후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유력 후보로 예상됐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장이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그 다음날 정 사장이 지원 의사를 뒤늦게 발표했다. 거래소는 당시 사유를 “비공개 지원자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지원자에 추가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김 전 원장이) 청와대 권력 갈등설과 부산 홀대론이 제기된 직후 꼬리를 내리자 약속이나 한 듯 애초에 비공개를 요청했던 소심한 다른 ‘모피아’가 베일을 벗었다”며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무늬만 부산 출신인 거래소 자회사 사장”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거래소 후보추천위원회는 정 사장과 최 전 대표에 대한 면접 심사를 이달 24일 실시한 뒤 최종 선정된 후보자를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