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위반사항' 처벌 삭제·과징금 대체 논란… 외국인 선원 보호 조항도 훈시로 변경
  • ▲ 불법어업 근절 캠페인.ⓒ그린피스
    ▲ 불법어업 근절 캠페인.ⓒ그린피스

    해양수산부와 원양업계가 불법 어업 등에 관한 규제를 담은 원양산업발전법(이하 원산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경·시민단체가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해수부가 시민단체는 배제한 채 원양업계의 이익을 위해 벌칙 조항을 완화하고,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조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 시민환경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해수부가 원양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원산법을 개악하려고 시도한다"며 "시민단체를 협의체에 참여시켜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는 지난달 22~24일 2박3일간 원산법 전부개정 민관 TF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회의 참석자 13명 중 해수부 관계자 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8명 중 7명이 원양업계 인사"라며 "업계 요구가 충실히 반영돼 개정안은 징역형 등 처벌 가능한 위반 행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수부는 무허가 어업 등 중대한 위반사항에 대해 5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했던 처벌 조항을 징역형을 없애고 행정처분(과징금)으로 완화하려 한다"며 "일반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처벌 조항은 유지했지만, 벌금 수위를 최대 10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현저하게 낮췄다"고 지적했다.

    현재 원산법에는 최고 처벌 수위가 '5년 이하 징역이나 (불법 어획한) 수산물 가액의 5배 또는 5억~10억원 중 높은 금액'으로 돼 있다.

    이들은 "개정 내용은 국제사회와 합의했던 벌칙 수준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교묘히 완화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개정 내용이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퇴보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해수부는 2012년 사조오양 75호 사건 등을 계기로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자 외국인 선원의 인권을 침해하면 원양어업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하고, 원산법에 외국인 선원 근로보호 조항(제13조 3항)을 신설했다"며 "하지만 개정안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담기는커녕 별도의 훈시조항으로 분류해 사실상 조항 이행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번 개악 움직임은 불법 어업과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에 대한 억지력을 잃어 불법 행위를 양산하거나 방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며 "해수부는 밀실에서 원양업계의 요구에 굴복하지 말고 TF에 시민단체를 참여시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원양업계가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 어업 의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국가보조금의 80%(6411억원)를 독식하는 동원산업·사조그룹 등 6대 원양 대기업은 해수부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고 강도 높은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