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前 동부 회장, 대우일렉 인수 당시 300억 사재 출연 매각가 2000억원선 유지될 듯… 업계 "대유 유보금 500억, 턱 도 없다"
  • ▲ 대유위니아가 동부대우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대유의 자금 마련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2천억원으로 전망되는 인수 자금을 대유는 어떻게 마련할까? ⓒ 각 사
    ▲ 대유위니아가 동부대우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대유의 자금 마련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2천억원으로 전망되는 인수 자금을 대유는 어떻게 마련할까? ⓒ 각 사



    대유위니아가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거듭 강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을 좀체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유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국내 유일의 업체로 이란 엔텍합, 터키 베스텔 등 굴지의 해외 가전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각 업체가 자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인만큼 체급 차가 상당하지만 광주연고 기업으로 지역경제 이바지論 등을 부각시키면 선전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자금력에 발목이 잡히면서 탈락설 배제설 포기설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매각의 변수는 단연 '가격'이다. 매각의 주목적이 동부대우 FI 측의 원금과 이자 회수를 위한 것인 만큼 매각가가 2000억원 밑으로 떨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FI 측은 원금 1300억원과 5년 치 이자를 합쳐 약 1900억원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와 관련한 실질적인 업무는 그룹이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대유위니아는 일종의 얼굴 역할이다. 앞서 그룹 측은 사내 유보금 500억원을 동부대우 인수 자금으로 확보했다고 전한 바 있다. 나머지 금액은 유상증자, 투자자(FI) 모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 불거진 인수 포기설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대유 측은 그룹 차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번 인수전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유 측은 현재 그룹 내에서 동부대우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가동 중이며, 자금 조달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매각이 무산된 그룹 내 스마트저축은행의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자금 800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FI 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1900억원에 달하는 자금회수가 1차 목표인 만큼 상대적으로 우월한 자금력을 지닌 해외 입찰자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대유는 지난 28일 본입찰 마감 직후 FI 측에 유상증자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동부대우의 최대주주가 돼 구주를 사들이고 신주 발행에 참여해 운영자금을 투입, 경영정상화를 꾀한다는 방안이었다. 복안대로라면 FI가 대유그룹과 동부그룹에 이어 3대 주주로 밀려나게 된다.

    당장 자금을 회수해 손을 털고 싶은 FI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후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FI가 대유를 인수 적격후보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IB업계는 FI 측이 협상 가격을 2000억원 아래로 떨어트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대유 그룹에서 확보했다는 자금 500억원은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대유의 상황을 두고 주변에서는 박영우 회장이 직접 나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며 옛 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의 선례를 들먹인다. 지난 2013년 동부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당시 김 전 회장은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했었다.

    그무렵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통 큰 결정’을 가전 사업에 대한 뚝심과 애정으로 해석했다.

    대유는 자사가 동부대우와 같은 광주 지역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수전의 승부수로 내세웠다. 유일한 국내 업체로 동부대우 광주공장 유지, 고용 승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함께 부각시키고 있다.

    문제는 그런 부분은 매각 결정의 참작요인일 뿐 결정요인일 수는 없다는데 있다. 그래서 대유가 설득력 있는 자금계획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승산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자금력 뒷받침 없이 립서비스로 변죽만 울리다 끝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유가 동부대우와 같은 광주지역 기반을 갖는 점, 유일한 국내 업체로 해외 업체보다 광주공장 유지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금 조달책이 아쉽다"면서 "앞서 동부그룹 김준기 전 회장 사례가 대유 그룹에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대우 FI 측은 지난달 28일 본입찰 마감 후 뛰어든 베스텔과의 실무협의를 최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FI는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는 자금력을 가진 해외 업체들의 추가 입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결국 대유의 얘기 처럼 '그룹차원의 총력 지원'이라면 이제 그 실체를 보여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