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안요청서 발표 지연… 민자부문 지급 통화 환리스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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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사업비 15조원쯤의 대형 철도 인프라 사업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이하 말~싱사업)의 입찰제안요청서(RFP)가 예상보다 약간 늦은 연말께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공개될 RFP에선 금융평가 항목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의 막후교섭에 손을 놓은 사이 지급 화폐 종류에 원화를 포함하는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FP 이달 말 발표 전망
11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업계에 따르면 말~싱사업 RFP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늦은 이달 말께나 발표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업계는 그동안 현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달 14일께 말~싱사업 RFP가 나올 거로 예상했다. 이날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양국 총리가 정례회동하는 만큼 RFP 발표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등에서 현지 동향을 파악한 결과 이날 양국 정상의 만남은 예정대로 이뤄져도 말~싱사업 RFP는 연말께나 제시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역업체인 영국 JDP사가 지난달 말 RFP 초안을 만들었는데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금융조건에서 희비 갈릴 듯… 막후교섭 부재 아쉬움 커
RFP는 구체적인 입찰조건을 제시한다. 입찰할 때 발주기관 입맛에 맞는 모범 답안지를 작성하는 방향등 역할을 한다.
지난 2차 설명회까지 알려진 입찰 관련 내용은 기술 70%, 금융 30% 비율로 평가가 이뤄진다는 정도다.
RFP가 제시되면 구체적인 평가항목이 공개된다. 발주국이 신기술에 주안점을 두는지 기술 상용화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금융조건의 경우 자금조달 때 금융사와의 협약조건을 투자의향서(LOI)까지 인정할지 양해각서(MOU)까지 받아줄지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관심은 금융평가 항목과 조건에 쏠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집트 매트로사업을 예로 들면 RFP에서 기술과 금융평가 비중이 50대 50이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기술점수에선 거의 차이가 없었다"며 "평가비중은 작아도 금융조건에서 변별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중국은 자본력, 일본은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말~싱사업은 하부(노반·건축)사업을 나랏돈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보니 하부사업은 자본력이 풍부한 중국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 정부는 RFP가 나와봐야 금융지원 규모나 조건 등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저리의 수은 정책자금을 활용하면 자기자본 투자비율은 낮아지고 신뢰도는 높일 수 있어 금융조달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RFP 발표가 임박하면서 우리 정부의 막후교섭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가 민자사업 발주를 AP(Availability Payment·최소보증금) 방식으로 바꾸고 지급 화폐 종류를 달러화 대신 현지 통화로 결정한 가운데 물밑교섭을 통해 원화 등 제3의 화폐를 추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영과정에서 현지 통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환차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일부 금융기관에서 현지 발주국가와의 일부 수입 품목 대금을 원화로 지급하고 반대급부로 AP 지급 통화를 원화로 받는 방안을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며 "재정 당국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기도 하지만, 고위급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 RFP에 제3국 통화를 추가했어야 하는 데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