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17차 공판, 박 전 대통령 증인신문 '불출석' 가능성특검 '공소장 변경'에 공정위 '해석 변경' 등 변수'뇌물죄' 핵심 인물 증언 없는 '실형' 논란 가중될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이번주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27일 열리는 공판기일을 끝으로 모든 항소심 심리가 종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8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지 91일만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17차 공판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꼽히는 최순실씨에 이어 삼성 뇌물사건 최정점에 위치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지난 1심에서도 세 차례에 걸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건강상의 이유 등을 내세우며 모두 불출석해 증인신문 없이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항소심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출석 거부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때문에 재판부도 증인신문 불발시 이날 피고인 신문을 비롯 특검 측이 형량을 구형하는 결심공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없이 최종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형량의 적정성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의 혐의와 밀접하게 얽혀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의 진술이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재계·법조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 의혹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가성 여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 여부 등 항소심 핵심 쟁점을 확인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의 신문이 필수적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삼성 뇌물사건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단독 면담과 관련해선 직접적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진술만이 '부정한 청탁 및 대가성' 성립 여부를 입증할 유력한 단서로 자리하고 있어, 무산될 경우 향후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과정에서 본격적인 뇌물수수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1심이 1차 독대로 인정한 2014년 9월 15일보다 사흘 앞선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 면담이 이뤄진 점이 확인됐다며 구형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 근거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진술과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작성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 증거 모두 두 사람의 불명확한 기억에 의존해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청와대 경호처에 신청한 사실조회 답변에서도 12일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박 전 대통령이 안가에 머무른 것은 확인됐지만, 이 부회장의 방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문자메시지 등이 이날 면담을 입증할 증거로 제시됐지만, 정황을 추론하는 데 그쳤을 뿐 결정적 단서로 직결되지는 못했다.

    결국 0차 독대 여부를 비롯해 1차(2014년 9월 15일)·2차(2015년 7월 25일)·3차(2016년 2월 15일) 독대의 경위와 실제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박 전 대통령의 진술없이 증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재판부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장시호씨에 대해선 한 차례 더 기일을 열어 증인신문에 나선 반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공판준비기일 당시 추가 소환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어 이 부회장과의 법정 대면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이후 본인의 재판마저 거부하고 있는 시점에서 증인신문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의 뇌물죄 의혹의 실마리를 풀 핵심 증인인 만큼 재판부의 소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의 최종 판결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특검의 잇따른 공소장 변경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해석 번복 등이 변수로 떠오르는 등 1심에 이어 또 다시 사건 핵심 인물의 증언 없이 형이 확정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