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저하에 수주전 난항 우려환차손에 따른 손실 발생도 불가피"해외건설 대응전략 재정립해야"
  • ▲ 자료사진. 현대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 자료사진. 현대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을 1110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었는데,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려해야 될 상황들이 늘어났습니다. 올해 국내 주택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해외사업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상황 개선은커녕 환율 변동성 때문에 사업계획 수립마저 미뤄지고 있습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

    국내 주택경기와 SOC 발주시장 침체 전망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설사들이 환율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특히나 국제유가 반등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던 만큼 실망도 커지는 분위기다. 수주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0원으로, 지난해 1월10일 1200원에 비해 130원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원화 강세가 올해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30원으로, 2016년도 평균 환율 1160원보다 30원가량 하락했다. 연간 환율이 하락한 것은 2014년 환율이 전년보다 약 40원 하락한 1053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에 비해 1.5% 성장하는 등 국내 경제 개선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환율이 크게 내려갔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05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2015년 2분기 109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지난 2일에는 1063원까지 떨어지면서 2014년 10월30일 1055원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수준에서 더 떨어질 경우 국내 건설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직결돼 자금력을 등에 업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경쟁업체들과의 수주전에서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1110원 선이 깨지면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데, 현 추세로 보면 1000원이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어 보여 걱정"이라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사고 있는 가운데 원화 강세로 입찰할 경우 국내 업체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악화돼 일감을 모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건설기업들은 이미 토목, 건축 등 단순시공은 중국 업체들의 무차별적 저가 공세에 밀려 사실상 시장을 포기하고 초고층 특수건축이나 초장대교량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진 유럽업체들이 최근 유로화 약세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자칫 이들 시장에서도 설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도 국내 건설업계의 시름을 더한다. 해외 자산가치 변동, 달러로 받는 건설기성의 원화 전환 등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내 3분기 순이익 대비 환차손 비율은 삼성물산 55%, 대우건설 20% 현대건설 18% 대림산업 3.5% 등으로 나타난다. GS건설의 경우 3분기 순손실액인 84억원을 상회하는 297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환율 하락으로 이미 해외사업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했다"며 "여기서 더 떨어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은 중소건설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건설산업연구원 한 관계자는 "수출이 활발한 그룹에 속한 건설사의 경우 풍부한 외화를 바탕으로 오픈 포지션이라도 환차손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며 "하지만 중소건설사는 인건비 지급 등의 이유로 외화를 바로바로 원화로 바꾸는 만큼 환차손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환 리스크 헷징 차원에서 무역보험공사가 환변동보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비용문제와 환율 안정세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안인 선물환 매도거래 역시 활용하고 있지 않아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해외건설 대응전략을 치밀하게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격경쟁력 저하를 보완할 기술력 확보는 물론,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현지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환변동보험 요율이 0.01%수준인 점을 고려, 가입여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건산연 관계자는 "글로벌 건설기업들이 현지 거점 중심의 조직체계 강화, 현지 기업과 협력 화대 등 다양한 현지화 전략으로 사업 수행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과의 컨소시엄 등으로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해외건설 수주지원 확대 방안에 실질적인 도움이 담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