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등 잇단 수주… 지난해보다 수주 속도 가팔라중동 55%·플랜트61% 기형화된 수주구조… 해외진출 약점"유가·환율 등 변수 여전… 수주 구조 근본적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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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해외수주 부진에 허덕이던 건설업계에 연초부터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넘어서진 못한 300억달러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다만 중동 플랜트에 편중된 지역 및 공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해외건설협회 집계 분석 결과 국내 건설기업들의 신규 해외수주액은 2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억달러에 비해 74.6% 늘어났다.
올해 '마수걸이' 해외수주를 기록한 곳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5일 필리핀 할루어강 다목적 공사 2단계의 낙찰의향서(LOA)를 접수하면서 수주에 성공했다. 공사금액은 1억9300만달러다.
SK건설은 홍콩 도로관리청이 발주한 구룡 중앙간선도로 내 야우마따이 동부구간 공사에 대한 LOA를 접수했다. SK건설은 홍콩 현지업체인 빌드킹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공사를 수주했다. 총 공사금액은 6억4000만달러로, SK건설 지분은 40%다. 본 프로젝트는 SK건설의 올해 첫 수주이자 홍콩에서 처음 진행하는 사업이다.
중견건설사인 한신공영도 캄보디아에서 909억원 규모의 도로공사를 수주했다. 캄보디아 공공사업교통부가 발주한 이 사업은 캄보디아 중부지역 캄퐁치낭~뜨레맘 구간(51.2㎞) 도로를 보수 및 확장하는 공사로, 한신공영은 5번 국도 남부구간 3공구 개선공사를 진행한다.
이처럼 연초부터 수주 낭보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반등을 토대로 300억달러 벽을 3년 만에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진출 약점 중 하나인 '중동 편중'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올해 중동 수주액인 14억달러는 전체 수주액의 55.8%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증가세다.
공종도 마찬가지다. 플랜트 수주액은 16억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61.7%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7.5%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반등에도 여전히 불확실한 발주시장 여건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플랜트와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수주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최근 2년간의 수주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06억달러를 기록한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 36.3% 증가한 145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주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50.3%)다. 아시아 시장도 전년 126억달러와 비슷한 12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주의 43.1%를 담당했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 수주 비중이 93.4%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이 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의 수주 규모는 모두 하락했다. 북미·태평양 시장 수주액은 전년대비 8억달러 줄었고, 아프리카·유럽과 중남미는 각각 8억달러와 12억달러 감소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수주액이 199억달러로 전년대비 50% 증가했으나, 토목과 건축은 각각 13억달러와 29억달러씩 줄어들었다. 플랜트 비중이 68.7%까지 확대되면서 수주 구조의 기형화가 심화된 모습을 보였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플랜트와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수주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으면 현재의 수주 부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는 올해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에 집중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시장 규제와 정비사업 발주물량 감소 등으로 올해 국내사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해외사업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일부 기업의 경우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높게 잡고 있기도 하다.
해건협 관계자는 "올해 일부 기업은 해외수주가 지난해를 저점으로 올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해 해외에서 수주 확대 및 수익성을 다 잡을 계획을 세웠다"며 "저조했던 해외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메가 프로젝트 위주의 우리 해외건설 수주 구조 특성상 대형 단일사업 수주 성패에 따라 그 편차가 클 수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시장 여건, 국제유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변수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태홍 연구위원은 "영국 원전 사업의 수주가 유력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2018년 수주 규모는 전년대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단발성 대형 사업에 기인한 수주 증가가 국내 건설기업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