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이상 확보…풍부한 유동성 '강점'지난해 국민은행 이어 올해 우리·KEB하나은행도 채권발행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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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모사본드 발행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대만의 풍부한 유동성과 한국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덕에 국내 은행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3일 대만시장에서 5년 만기 4억2500만 달러의 포모사본드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원화로 약 4586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은 3개월 리보(Libor) 금리에 0.80%를 가산하는 변동금리 구조로 결정됐고, 이는 국내 시중은행이 발행한 5년 만기 포모사본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포모사본드란 대만 채권시장에서 대만 통화가 아닌 미국 달러 등 외국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1950년 포르투갈인이 대만을 처음 방문해 아름다운 섬이라는 의미의 '포모사'라는 별칭을 붙이면서 자본시장에서 사용하게 됐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직접 대만을 방문해 시장 점검에 나서는 등 이번 포모사본드 발행을 위해 부단히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수출입은행 등이 5년만기 45억 달러 규모 포모사본드 발행에 성공하면서 대만 자본시장에 대한 은행권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5월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확대됐던 상황에서 역대 한국계 최대 규모(USD 4억 달러)이자, 한국계 시중은행 최초로 달러 표시 포모사본드 발행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민은행은 약 58개에 달하는 기관으로부터 11억 달러 규모 주문을 확보해 계획했던 3억 달러에서 1억 달러 늘린 총 4억 달러를 만기 5년, 3개월 리보(Libor)금리에 0.95%를 더한 변동금리 수준으로 발행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우리은행도 3억 달러 규모의 포모사본드 발행에 나섰다. 지난 1월 투자자 모집을 시작해 대만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IR을 실행했다.

그 결과 총 55개 기관에서 발행금액 대비 3배인 9억 달러의 투자 결정을 확보했고, 대만 투자자 79%와 아시아지역 투자자 21%의 비율로 최종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포모사본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만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꼽았다.

대만은 약 4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한 곳으로 전 세계 외환보유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돼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와 달리 통화스왑을 거칠 필요 없이 대만 시장에서 직접 미국 달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며, 금리 수준이 양호한 것도 포모사본드 인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서 외국 기업이나 정부가 호주에서 발행하는 채권인 '캥거루 본드' 선호도가 높았으나 최근 금리가 올라가면서 외면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대만 자본시장이 채권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미국 달러화로 발행하는 포모사본드 거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대만 정부가 현지 보험사들의 해외투자한도를 제한하지 않기로 하면서, 보험사들은 외국 기업이 발행하는 포모사본드를 마음껏 사들일 수 있게 됐고 이는 결국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

대만 보험사들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넘치면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아시아의 국책은행들도 발 빠르게 대만 자본시장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은행들의 포모사본드 발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은행들의 관심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