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국기게양 한다는 곳도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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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일절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유통업계에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일절 의미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태극기가 일부 단체를 대표한다는 부정적 인식, 태극기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독립운동을 상업화한다는 비난까지 높아지면서 유통업계에서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은 물론,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이번 삼일절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편의점 업계 역시 삼일절과 관련한 프로모션 계획이 없으며, G마켓, 쿠팡,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들도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태극기 게양을 기획하는 기업들도 현재까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건물 외곽 및 전국 점포에 태극기 게양과 애국심 고취 마케팅을 진행했던 지난 2015년 광복절과 비교해 대비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서 태극기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삼일절 의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지면서 마케팅이 고객들에게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11번가에 따르면 2월 20일부터 26일까지 판매된 태극기는 전년 대비 11% 상승에 그쳤다. 티몬에서도 2월 12일부터 26일까지 판매된 태극기는 전년과 비교해 2% 상승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2018 평창 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지 삼일절과 연관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실상 삼일절이 태극기 판매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웬만한 상품을 전부 판매하는 편의점 역시 태극기에 대한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편의점의 경우 태극기 자체에 대한 발주 목록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인 이유도 태극기 마케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불거진 국정농단 이슈 당시 일부 단체에서 태극기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면서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성향을 표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점포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매장을 찾지 않는 일부 고객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점포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찬·반으로 나뉘면서 매장으로 발길이 끊어지면 손해기 때문에 애초에 게양하지 않는 것이 논란을 피하는 길"이라고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태극기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독립운동을 상업화한다는 비난 여론도 태극기 마케팅이 사라진 주된 원인이다.
아울렛이나 대형마트, 복합쇼핑몰들의 경우 상시 할인행사가 이어져 굳이 삼일절 기간 태극기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도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삼일절 기간 '독립운동의 상업화'라는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태극기를 통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 -
다만 일부에서는 특별한 프로모션은 아니더라도 태극기 게양 자체를 꺼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기게양은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등 국경일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이나 순국선열 등을 기억하는 의미인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유통업계의 특성상 이를 모범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태극기를 국경일에 게양하는 것에 찬·반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사실 이상한 일"이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과 같이 적어도 공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유통업계에는 태극기 게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