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 신약개발 환경 조성
기간 단축하고 부작용 최소화… 인프라 구축 적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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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학 신기술센터에 연구소를 둔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지난해 18개월간의 작은 협력 프로젝트들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인 GSK와 정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학 연구소에 기반을 둔 작은 회사가 글로벌 대형제약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게 된 배경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다. 이 회사는 AI를 신약개발, 생체지표인자 및 노화 연구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맞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투자 대비 성공의 불확실성이 높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1만개의 후보물질을 탐색해 약 250개 물질을 간추려 세포·동물 등을 이용한 비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다. 여기서 10개 미만 물질을 선별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3단계 등을 거친다. 이에 따른 신약개발 기간은 평균 10~15년에 달하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기존에 2~3년 걸리는 신약 후보 탐색기간을 단축하고, 부작용 우려가 있는 후보 물질을 걸러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은 "AI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최적화시키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등 신약개발에서 필요한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는 올해부터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한국형 신약개발 인공지능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특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17개 제약사와 TF(태스크포스) 추진단을 꾸려 올해 서비스 제공 예산안 등 수립전략을 세우고 제약업계에 제공하기 위한 AI 플랫폼을 도입·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까지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AI+빅데이터 활용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50만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단기간 성과가 가능한 후보물질을 발굴해 기존 5년이 걸리던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1년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개별적으로 AI 플랫폼을 도입하기에는 기업의 규모 등에 비춰볼때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와 협회가 국내 제약사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 인프라를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에 있어서 현재까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환경이 조성된다면 글로벌 수준으로의 성장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