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없는' 공정 인사 천명… 친노조 지적 탈피 노력도
  • ▲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코레일
    ▲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코레일

    8일로 취임 31일째를 맞은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철도청 부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살짝 국토교통부 눈치를 보는 모습도 보였으나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에스알(SR)과의 수평통합을 넘어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상하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안으로는 취임 초기 두드러졌던 친 노동조합적인 모습에서 결을 달리해 소위 패거리(철피아) 문화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오 사장은 이날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취임 한 달을 맞은 소회와 각종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오 사장의 경영전략을 크게 안팎으로 나눠 보면 인사 혁신을 통한 노사관계 재정립과 SR과의 통합을 필두로 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철도청 부활로 요약할 수 있다.

    오 사장은 우선 SR과의 통합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토부 소관으로, 코레일 사장이 마음먹었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철도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취임식 첫 일성으로 SR과의 통합을 역설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국토부가 부담스럽고 불편해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오 사장은 SR과의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오 사장은 "열차 이용객의 85%가 수도권으로 비경쟁구간"이라며 "이 중 30%가 수서역을 이용하는데 (손님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시간 맞춰 가까우니까 (SRT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SRT의 10% 싼 요금도 경쟁에 의한 가격이 아니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비록 400억~500억원의 수익(유지보수 대가)을 내고 있으나 유지보수를 코레일이 맡고 있어 경쟁체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 사장은 "2014~2016년 연속 흑자를 내던 코레일이 지난해 SR 분리 이후 2500억원쯤 영업적자를 냈다"며 "재무구조가 악화해 이를 메꾸려면 벽지 노선과 일반철도를 줄여야 한다.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SR과 통합하면 KTX 요금도 10% 내릴 수 있고 열차 편성 효율화로 좌석을 2만~3만석 추가 공급할 수 있다"면서 "혹자는 SR 출범 이후 철도 서비스가 좋아졌다지만, 지역독점 구조에서 (SRT 이용객은) 전라선을 못 타고 (KTX로) 갈아타려면 환승할인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 ▲ SRT.ⓒ㈜SR
    ▲ SRT.ⓒ㈜SR

    오 사장은 코레일 적자의 해법으로 경영혁신과 함께 고속철 분리 운영 등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오 사장은 "자산평가를 통해 (지난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정리했다"면서 "다른 나라는 철도 상하 분리를 하면서 (운영사) 부채를 상당 부분 탕감해줬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철도공단은) 부채를 갚으라며 선로사용료를 떼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사장으로 있는 한 부채를 낮추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코레일 경영혁신과 함께 현재 철도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정부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철도 용량과 관련해선 "(포화 상태인) 평택~오송 구간은 선로를 더 넓혀야 더 많은 열차 운행을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 사장은 그동안 코레일이 선로 포화의 해법으로 제시했던 2층 고속열차 투입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 사장은 "2층 고속철은 기술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하진 않다"면서도 "도입 문제는 코레일 사장으로서 당연히 검토할 사안이지만, 실제로 도입할 수 있을지는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오 사장이 앞서 SR과의 통합 효과로 열차 공급 좌석을 늘릴 수 있고 열차 운행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올리면 요금 인하 등으로 고객 편의를 증진할 수 있다고 밝혔던 것과 상충한다. 코레일은 그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층 고속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일각에서 오 사장이 방만 경영 해소 등 경영혁신을 위한 다각적인 자구노력을 찾기보다 SR과의 통합이라는 정책적 결정을 통해 손쉬운 해법을 모색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오 사장은 남북철도 연결 등과 관련해선 "2006년 이전 경험이 있고 성과가 있었다"며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 뒤 다양한 실무회담이 진행될 텐데 남북철도연결사업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사장은 "저속 구간인 평양~신의주는 2000억원쯤이면 선로개량사업이 가능하다"며 "남북 간 미연결구간 복원이나 북한 철도개량사업은 코레일과 국토부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철도업계에서는 오 사장이 언급한 남북철도연결 등은 철도공단의 업무라고 지적한다. 오 사장이 SR과 수평통합을 넘어 철도공단과의 상하통합을 전제로 큰 그림을 앞서 그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오 사장은 이에 대해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상하통합은 법 개정 등 갈 길이 멀지만, 방법은 여러 가지다"며 "철도에 문제가 생기면 애로사항으로 끝나면 좋은데 실질적인 안전 사각지대가 나온다. 국민은 코레일 문제라고 본다. 운영자로선 갑갑하다. 철도공단과 코레일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 코레일과 철도공단이 협력 협약서를 맺는다"며 "실무회의는 매달 열고 공동 사무실까지 (운영)해보려 한다"고 부연했다.

  • ▲ 코레일과 철도공단.ⓒ코레일
    ▲ 코레일과 철도공단.ⓒ코레일

    오 사장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과 관련해선 "내년 서울에서 사장단 회의가 열린다"며 "내년을 기점으로 정회원에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오 사장은 코레일 내부 문제에 대해선 취임 초기와 달리 일방적인 친노조 정책은 없을 거라는 태도를 보였다.

    오 사장은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과 인사발령을 두고 내부에서 편 가르기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철피아는 잘 모른다. 변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진통이다"며 "(인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려고 무기명 설문조사도 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견을 들어보니 본사는 일이 많고 지역본부는 승진기회가 적다는 등 여러 불만 사항이 있었다"며 "지역본부·본사 간 순환·소통 인사를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오 사장은 "코레일은 직원업무평가가 없다"면서 "인재개발원이 직원 역량을 함양하면서 축적된 자료를 통해 인성·근무를 평가하고 학연과 상관없이 인사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다.

    오 사장은 "노사 문제를 새롭게 정립하겠다"며 "노조를 대하는 자세나 인식,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을 이전과 다르게 하겠다. 올해 노사관계가 획기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레일의 고질적인 문제인 파벌보다 업무 능력 등을 위주로 인사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취임식 직후 해고노동자 천막농성장을 찾고,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복직에 합의하는 등 친노조 성향을 두드러지게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결이 달라졌다는 견해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