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매매전환 증가… 전셋값·거래량 '동반하락'"갭투자 위험… 집값 떨어질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 ▲ 자료사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요지부동이던 서울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최근 몇 년간 크게 늘면서 공급이 증가한데다 전세 수요자들도 집값상승 기대에 전세보다는 매매를 선호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매매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전월세거래량은 1만7593건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저기록은 2012년 2월 1만7430건이었다. 지난해 2만1503건에 비해서는 18.1% 감소한 수준이다.

    대개 2월은 신학기나 인사발령 등으로 연중 전월세거래량이 가장 많은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전셋값도 2월 중순부터 하락세로 바뀌었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2월 둘째 주(12일) 보합세에서 셋째 주와 넷째 주는 각각 0.02% 떨어졌고, 3월 첫째 주(5일)에는 -0.06%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 같은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은 탈서울, 매매전환 수요 증가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싼 지역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 없는 만큼 서울과 인접한 도시로 아파트를 사들여 주거지를 옮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강남권의 경우 위례신도시에, 노원구는 구리 갈매지구와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에 입주가 잇따르면서 전세수요가 분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 집계 결과 서울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동안 9만8000명이 순유출됐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해 전출자보다 전입자가 많은 순유입이 발생한 곳으로, 11만6000명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역시 기존 아파트 전셋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입주량은 각각 7만5000가구·7만4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치인 6만2000가구를 크게 웃돈다. 특히 2016년에는 8만7000가구가 입주한 바 있다.

    여기에 5월부터 서울에도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셋값 하락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는 △5월 아크로 리버뷰(595가구) △7월 신반포 자이(607가구) △8월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829가구) △9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751가구) 등 4개 단지에 2782가구가 입주한다.

    또한 강남구·송파구는 연말과 내년 초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 11월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850가구), 12월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 2019년 2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 등이다.

    2019년 하반기로 넘어가면 입주물량은 더욱 늘어나 8월 강남구 개포동 다이에치 아너힐즈(1320가구), 9월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등이 입주할 계획이다.

    또한 전세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도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전세를 살거나 전세로 거주하려던 임차인들이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예 집을 사버린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과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각각 1만19건과 1만1255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 4480건·2월 4661건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전세로 거주하려던 세입자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매수세로 돌아선 경우가 많다"며 "전셋값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해 전세 거주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매수자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하락세다.

    2016년 6월 75.1%까지 치솟았던 전세가율은 올 들어 70%를 밑돌고 있다.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탓도 있지만, 전셋값이 집값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8.5%로, 2015년 5월 68.8% 이후 최저치다.

    전셋값이 떨어지자 관심은 매매가로 쏠렸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최근 상황이 2010~2013년 당시 부동산 침체기와 비슷하다면서 '매매 상승장이 지난해처럼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전셋값 하락이 매매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전셋값과 매매가는 상관관계가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은 전셋값이 떨어지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갭투자가 많은 지역은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선 사람은 자금조달이 안 되고 전셋값까지 떨어지면 버티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셋값 하락과 거래량 감소뿐만 아니라 금리인상, 입주물량 증가와 더불어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데서 오는 피로감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