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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인기에 밀려 한동안 소외됐던 중대형아파트 집값상승폭이 중소형을 앞서며 본격적인 갭 메우기에 들어갔다. 다주택자 규제·캥거루족 증가 등이 중대형아파트 인기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모처럼 찾아온 중대형아파트의 봄날이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까지 아파트값 상승세는 중소형이 주도했다. 소형과 중형이 오르면 대형아파트가 따라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다양한 부동산지표를 살펴보면 중대형아파트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먼저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연초대비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용 135㎡ 이상 대형이 1.3% 상승했다. △중대형 1.1% △중형 0.93% △소형 0.76% △중소형 0.73% 순으로 상승률이 줄어 아파트 덩치가 클수록 가격상승폭이 컸다.
지난 1년간 소형아파트값이 4.47% 압도적인 상승률로 집값을 견인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대형·중대형 상승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김포와 평촌신도시에서는 전용 85㎡ 초과 아파트값 상승폭이 중소형의 2~3배를 넘어섰다. 수년간 중소형아파트값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중대형은 제자리수준에 머물면서 가격격차가 줄어 중대형아파트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까닭이다.
실제 '김포 고촌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101.97㎡ 실거래가는 지난해 6월 4억800만원에서 지난달 4억8000만원으로 7200만원이 올랐지만 같은 아파트 전용 84.85㎡는 지난해 5월 대비 지난달 상승폭이 2250만원에 그쳤다.
이어 지난해 5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된 '평촌 꿈마을 금호아파트' 전용 133.59㎡는 지난달 8억5500만원에 거래돼 9개월만에 1억6500만원이 올랐다. 이는 평촌신도시 중소형 최고가 아파트인 '귀인 현대홈타운' 전용 80.37㎡가 지난해 6월 6억1800만원에서 지난 1월 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청약경쟁률에서도 중대형 강세현상이 두드러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전용 85㎡ 초과면적이 평균 16.35대 1을 기록, 다른 면적대를 누르고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중소형의 청약가점제 적용대상이 확대되면서 청약이 어려워진 유주택자나 가점이 낮은 이들이 중대형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경쟁률이 분양아파트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지난 1년간 미분양 증감률을 살펴본 결과 전용 85㎡ 초과가 가장 많이 팔렸고, 중소형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1월말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가구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9%(209가구)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미분양은 지난해 1월 6914가구였지만 올해 1월에는 5650가구로 18.28%(1264가구)가 줄었다.
반면 전용 60㎡ 이하와 전용 60㎡~84㎡ 중소형은 오히려 각각 6.48%(583가구), 1.09%(472가구)의 미분양이 증가해 중대형과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중대형아파트 인기가 되살아난 이유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먼저 중소형 위주의 공급에 따른 중대형아파트의 품귀현상을 꼽았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체 입주물량 중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아파트의 비율이 34%에 달했지만 해가 갈수록 급격한 비율 감소로 지난해에는 7%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투자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격부담이 큰 중대형대신 가성비가 높은 중소형을 찾는 수요층이 늘어 중대형아파의 품귀현상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중소형과 중대형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줄어든 것도 중대형 인기요인 중 하나다.
2010년 서울의 전용 85㎡ 초과 평균시세는 전용 60㎡ 이하보다 3.3㎡당 664만원 높았지만 2017년에는 가격 격차가 3.3㎡당 365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기도도 2010년 3.3㎡당 294만원에서 2017년 3.3㎡당 14만원으로 값이 엇비슷해졌다.
중소형 가격이 매년 오르는 사이 전용 85㎡ 초과 아파트값은 제자리 수준을 맴돌면서 한정된 공급 대비 집값 격차는 갈수록 줄어 중대형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다양한 규제책으로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고, 부모에게 경제·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증가했다는 점도 중대형아파트의 인기 부활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수요층이 자금동원력을 갖춘 이들로 한정되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지고, 중소형과 가격차가 줄었지만 면적이 넓어 매입 총액이 크고, 시장상황에 따라 중소형보다 집값 부침이 심하다는 점은 여전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중대형아파트의 인기는 일부 단지에서 보이는 반짝 인기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마포의 경우 3~4년 전만 해도 전용 84㎡ 7억원에 매매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15억원에 육박한다. 중소형과 중대형아파트 가격차가 좁혀졌다지만 면적 대비 가격차는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대출이 막히게 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고, 대출 부담 때문에라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중소형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소형 아파트의 인기만 보고 중대형을 포기하다보니 대형아파트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끊임없기 때문에 중대형 주택수요도 꾸준할 것"이라면서 "대형아파트가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주택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