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보사, 해지율 가정 당국안 가닥… 현대해상·DB손보도

올해 연말부터 적용되는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개선안을 두고 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당국안 수용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국안 적용시 보험료 인상, 자본적정성 비율 하락으로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원칙모형' 채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미 지난 13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원칙모형 채택 방침을 밝혔다. 삼성화재도 원칙모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롯데손해보험은 두 모형을 두고 검토 중이다. 롯데손보의 올해 상반기 누적 보장성 원수 보험료 중 무·저해지 보험 비중은 36.14%다. 원칙모형을 적용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 새 회계원칙인 IFRS17 아래에서 보험회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마진을 부풀린다고 보고 본격 제도 손질에 나섰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이 실적 부풀리기의 온상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원칙모형'을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이 모형을 채택하면 보험료 납입 완료 시점에 도달할수록 해지율이 0에 수렴한다. 현재 보험사들이 적용하는 해지율 가정보다 현실적인 모형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원칙모형을 제시하면서 당국은 각 보험사가 '예외모형'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지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예외모형을 적용할 경우 감사보고서, 경영공시에 예외모형을 택한 이유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이 방안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유리한 실적을 내기 위해 일부 보험사가 예외모형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당국은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보험사 중 원칙모형 적용사와 CSM(보험계약마진) 차이가 큰 회사는 내년 우선검사 대상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최고경영진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근시안적 실적경쟁에 얽매여 IFRS17의 원칙과 도입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의 실적 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원칙모형과 예외모형 두 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으로 보험사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원칙모형인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이렇게까지 추가 압박을 하는데 예외모형을 쓰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개선안 적용으로 실적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재편과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등 이번에 발표한 개선안을 적용할 경우 보험사들의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평균 약 20%p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