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DST로봇, 불법적 투자금 회수 시도… 자본시장법 위반"M&A 성공에도 7년 연속 영업손실… 수주고도 80% 급감
  • ▲ 지난 2월 법원 앞에서 진행된 삼부토건 노조 기자회견 현장. ⓒ삼부토건 노조
    ▲ 지난 2월 법원 앞에서 진행된 삼부토건 노조 기자회견 현장. ⓒ삼부토건 노조


    '국내 건설업 면허 1호'를 보유한 삼부토건이 주주간 불법적 계약으로 소란스럽다. 2011년 이후 지속된 경영난을 타개하기는커녕 정상화가 점점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건설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최근 접수된 삼부토건 사건을 금융조사2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앞서 삼부토건 노조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불법 경영개입이 있다며 일부 인물들을 고발했다. 중앙지검은 형사9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남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했다.

    노조는 이달 들어 추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인수자인 DST로봇 컨소시엄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부터 삼부토건과 관련 없는 펀드 등에 대한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부정한 거래행위 등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178조를 위반한 것이며 이면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삼부토건은 2015년 9월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받아왔다. 삼부토건이 M&A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6월 본입찰에서 DST로봇 컨소가 828억원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DST로봇은 중국 디신퉁그룹의 지배를 받는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DST로봇 컨소를 새로운 대주주로 맞이하면서 삼부토건은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노조는 DST로봇 컨소가 삼부토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부토건의 유보자금 1000억원을 투자자에게 투자자금으로 제공한다는 이면계약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는 올 들어 회장과 고문을 사칭하는 인사들이 삼부토건 경영에 개입하고 회사 유보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하고 있다며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DST로봇 컨소에 참여한 DST글로벌파트너스사모투자합자회사는 무궁화신탁이 투자자·제이스톤파트너스가 업무진행사로, 무궁화신탁 관계사인 JS자산운용을 활용해 삼부토건에 지분투자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자회사로 베이사이드 사모펀드에 매각된 웰리브에 27억원을 출자해달라는 투자안이 계속 투자위원회와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제이스톤파트너스의 요구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삼부토건 노조 관계자는 "DST로봇 컨소가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훼손하고 주주간 불법적 계약을 한 사실에 대한 증거와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며 "이들이 회사를 인수한 목적은 정당한 경영을 통한 이익창출이 아니라 불법으로 단기간 주식매각을 해 차익을 도모하려는 것이라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면계약이 아니더라도 삼부토건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삼부토건은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해 사업 수주과정에서 각종 보증금을 현금으로 선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보금으로 투자를 할 경우 정상적인 사업수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조사2부 측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다만 중앙지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고, 일단은 남부지검에 접수된 DST로봇 컨소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관련자 소환 등이 이뤄지면 경영활동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영정상화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은 2804억원, 영업손실 193억원, 순손실 404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고점을 찍은 2010년 이후 지속 하락했다. 2010년 고점 8374억원에 비해 66.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10년 200억원 이후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한 바가 없다. 이 기간 순손실은 총 1조1639억원이 이른다.

    수주잔고도 반등 없이 2010년 1조8862억원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수주잔액은 3108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83.5% 급감했다.

    1948년 설립된 삼부토건은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건설사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경인·경부고속도로부터 잠실 개발사업, 장충체육관 건립 등 굵직한 공사를 도맡았다. 그러면서 현대건설, 삼환기업 등과 '1세대 건설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삼부토건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11년이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위한 45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에 발목이 잡히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했다. 그러나 삼부토건은 2개월여 뒤에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했다.

    당시 보유한 르네상스호텔(현 벨레상스서울 호텔)을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약 7500억원의 협조융자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후 삼부토건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4년여 동안 경영정상화 작업을 벌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자율재무구조개선 협약시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부토건은 2015년 9월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