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한화 등 잇달아 오버부킹… 증액 발행 잇따라주요 7개사 영업익 '점프'… 남북 화해모드에 수주 '훈풍'
  • ▲ 자료사진. 본 기사와는 무관. 지난해 4월 '포항 자이' 건설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본 기사와는 무관. 지난해 4월 '포항 자이' 건설 현장. ⓒ성재용 기자


    건설사들이 채권시장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외 손실 감소에 따른 실적 증가와 남북 화해무드로 인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다. 당분간 건설 회사채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에 219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오버부킹을 기록한 만큼 최대 2000억원으로의 증액 발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2년 4월 이후 포스코건설이 발행한 채권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0월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에 한참 못 미치는 180억원의 매수주문만 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서 한화건설은 지난 19일 3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480억원이 몰렸다. 기대 이상의 자금이 몰리면서 한화건설은 발행 규모를 종전보다 200억원 확대한 5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한화건설이 공모채 발행에 나선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한화건설 측은 "실적 회복이 회사채 흥행의 주된 배경"이라며 "수년간 주택사업과 복합개발사업 분양에 성공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해외사업도 이라크 신도시 사업의 건설공사 대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채권은 올 들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공모채시장 문을 두드린 △현대건설 4.27대 1 △태영건설 2.34대 1 △대림산업 3.41대 1 △SK건설 8.68대 1 △한화건설 4.67대 1 등 모두 수요예측에서 자체 사상 최고경쟁률을 경신했다. 이들 모두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발행금액을 늘렸다.

    실적 개선이 건설 회사채 몸값을 높인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0대 건설사들이 2018년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모 회사채 물량 2조3400억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하지만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의 채권 발행이 성공하고, 태영·대림·SK 등의 증액 발행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제로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7개 건설사의 평균 매출액은 17조470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7조1609억원에 비해 1.80%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24.7%)과 현대건설(-14.5%)을 제외한 5개사가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8595억원에서 1조3457억원으로 56.5% 뛰었다. GS건설이 561% 급증했고 △대림산업 114% △삼성물산 73.6% △삼성ENG 70.9% △현대산업개발 11.0% 등도 늘어났다.

    신규수주가 크게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이들 7개사의 신규수주액은 17조원으로, 지난해 12조원보다 42.9% 증가했다. 삼성ENG가 592% 크게 늘어났으며 △대우건설 116% △현대산업개발 106% △삼성물산 49.8% △대림산업 15.7% △GS건설 1.54% 등 대부분 증액에 성공했다.

    A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건설업종의 1분기 실적은 해외 부문의 손실 축소와 주택 부문의 높은 이익기여도로 개선세가 뚜렷하다"며 "해외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1분기를 기점으로 건설사에 대한 실적 신뢰도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일감을 맡을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북한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은 모두 270조원에 달한다. 북한은 현재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 △관광특구 개발 △에너지·교통 인프라개발 등 총 4개 핵심 인프라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용석 건산연 산업정책연구실장은 "북한 지역의 건설수요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사업이 추진될 경우 북한뿐만 아니라 하반도 전체의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산업단지 조성이나 대륙 연계 철도 인프라 사업, 농촌 개발을 비롯한 남북한 모두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북한 인프라 건설에는 남북협력기금뿐만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도 들어갈 것으로 보여 주변 열강들도 숟가락을 놓으려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건설사가 철도와 항만, 도로 등 인프라 건설 또는 개량에 참여하고 인근에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북한의 낮은 임금과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원가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건설사 채권의 금리가 비교적 높은 것도 투자매력으로 꼽힌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3년물 금리가 연 4.25%로, 포스코건설과 신용도가 같은 '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 연 3.39%보다 0.86%p 높다. 태영건설 4.68%, 한화건설 4.16% 등도 높은 금리로 흥행에 성공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건설 회사채는 동일 등급 민평금리에 비해 최대 1%p까지 차이가 난다"며 "리스크보다는 금리 메리트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금융투자 채권 담당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들이 공모채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발행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10대 건설사의 회사채만 2조34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실적 개선과 하반기 해외수주 기대감 등 이전보다 나은 여건이 조성되면서 채권 발행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설 회사채의 호황이 단기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황 자체가 불안한 만큼 수요가 계속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악화,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상황이 어둡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건설사가 많아질 것"이라며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이 시행된 후의 분양실적이 시장 흐름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