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연 "배보다 화물운송 기간 짧아… 여객차는 비쌀 것"
  • ▲ 열차.ⓒ연합뉴스
    ▲ 열차.ⓒ연합뉴스

    남북 경제협력과 북방 물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대륙철도 연결의 첫 단추를 꿰었다고 평가됐던 '궤간가변 고속대차' 개발이 경제성 논란에 휘말렸다.

    제작·유지보수비가 증가해 상용화가 의문이라는 의견과 여객차는 몰라도 화물열차는 운송 기간이 짧아져 경쟁력이 있다는 견해가 맞선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은 지난 1일 궤간가변 대차 기술 등을 적용해 남북한(한반도종단열차·TKR)뿐 아니라 몽골·중국·러시아에서 운행할 수 있는 동북아 공동 화차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도연은 지난달 18일 러시아 철도기술연구원과 궤간가변 대차와 대륙화차의 연결기, 제동장치 등 관련 부품의 성능시험을 진행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오는 2020년까지 성능 시험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철도연은 2014년 궤간가변 고속대차를 개발했다. 나희승 원장이 당시 철도연 미래수송시스템연구단TF 소속으로 개발 성공의 주역이었다.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철길 궤도의 두 쇠줄 사이 너비가 1.435m로 표준인 한국철도의 궤도와 이보다 넓은 러시아철도의 광궤(1.520m)를 모두 달릴 수 있다.

    한국철도가 북한을 통과해 러시아로 운행할 경우 철도 궤도의 폭이 달라 러시아 국경에서 환승이나 환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궤도 폭이 달라지는 지점에서도 열차가 바퀴를 교환하려고 멈출 필요 없이 시속 10~30㎞로 운행할 수 있어 바로 유럽까지 달릴 수 있다.

    당시 홍순만 철도연 원장은 "한·러 철도 연결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 궤간가변대차.ⓒ철도연
    ▲ 궤간가변대차.ⓒ철도연

    그러나 교통전문가 사이에선 궤간가변 대차의 실용화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비싼 제작비용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통전문가는 "(궤간가변 대차는) 실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가 표준궤를 쓰는데 러시아를 통과하려고 (궤간가변 대차를) 만들면 화차 가격이 3배는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스크바까지 간다고 하면 1만3000㎞가 넘는 거리다. 3000㎞마다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보면 화물 운임 부담이 커져 경제성이 없어진다"며 "러시아로선 한국철도가 선로사용료를 낸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비싼 제작비용과 함께 대체 수송수단을 따져봐야만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궤간가변 대차는 지금으로선 수소차와 같다"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비싼 돈 주고 살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철도연은 아직 시험단계여서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면 제작비가 낮아질 거라는 태도다.

    문형석 철도연 북방철도연구팀장은 "실물모형은 필요한 부품을 죄다 깎아야 해 제작비가 비싸지만, 양산단계에서는 부품비용이 내려갈 것"이라며 "화차 전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축바퀴를 중심으로 연결기와 제동장치 등을 개발해 끼우면 돼 3배까지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화차 1량을 만드는 데는 최소 1억원쯤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팀장은 "다만 여객차는 안전성과 승차감을 고려하면 진동을 줄여주는 현가장치 부품 등을 비싼 것을 써야 할 테니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현재로선 추가 비용 규모를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가 독일·러시아 구간에 궤간가변 대차(SUW2000 제품)를 운영한다"면서 "물류비용과 비교하면 충분히 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를 이용할 때보다 열차를 이용하면 운송 기간이 절반쯤 줄어들 거라는 견해다.

    문 팀장은 "기존 화차는 러시아 국경을 지날 때 컨테이너를 옮겨싣거나 열차 바퀴를 바꿔야만 해 2~3일이 걸린다. 짐을 옮겨실어도 선로 상황에 따라 대기시간이 필요했다"며 "이런 이유로 배를 이용했지만, 궤간가변 대차를 활용하면 바로 국경지역을 통과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