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을 아태지역 생산·판매·기술개발의 핵심거점으로 육성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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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가 올해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요구한 한국에 대한 중장기적 사업 의지(long-term commitment)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GM은 한국 협력업체로부터 더 많은 부품을 조달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10일 서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산업부·GM 간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업부와 GM은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계기로 한국GM을 포함한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GM은 한국GM 위상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아태지역본부를 한국에 신설하고 한국GM을 아태지역 생산·판매·기술개발의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아태지역본부는 중국을 제외한 아태지역 사업을 총괄한다. 원래 싱가포르에 있었는데 GM의 호주공장 폐쇄 이후로 주요 기능이 미국 디트로이트와 중남미본부로 이전되면서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산업부는 아태지역본부 신설이 한국에 오랫동안 남겠다는 GM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태지역본부는 아태지역 생산기획을 총괄하면서 본사의 제품기획과 신차 물량배정 과정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한국에 설치하면 한국GM의 장기적인 경영안정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GM은 앞으로 엔진 등 자동차 핵심부품과 미래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할 때 아태지역본부와 한국GM의 연구개발(R&D)·디자인센터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엥글 사장은 "아태지역본부를 연내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GM이 동남아 사업을 키워가면서 그 사업의 중심에 한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현재 한국 부품 협력사로부터 한국GM과 글로벌 GM 생산에 필요한 연간 2조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조달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부품 협력사의 기술경쟁력 제고와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GM이 단순히 완성차 생산기지가 아니라 GM의 글로벌 부품 조달을 위한 중심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도 부품업체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GM을 돕기로 했다.
산업부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자동차부품업계 위기극복 지원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부품, 글로벌 조달 부품, 자동차 핵심부품 등을 개발하는 국내 부품업체에 기술개발 등을 지원한다.
한국GM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도 지원 대상이다.
예산은 수백억원 규모로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한국GM 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은 산업은행과 GM의 협상 과정에서 투자 금액과 자금 조달 방식 등이 변경돼 일단 반려됐다.
변경된 내용을 반영한 지정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
이날 MOU 체결식에는 백 장관과 엥글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한국GM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인 문승 ㈜다성 대표,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백 장관은 체결식에서 최근 미국 방문에서 테슬라 모델X를 시승한 경험을 얘기했고 이에 엥글 사장은 GM 볼트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더 길고 저렴하며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해 더 좋다고 답했다.
백 장관은 체결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아태지역본부가 한국에 오면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획, 판매, 신차 배정에 다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GM의 위상과 발언권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아직 군산공장 문제가 남았다"며 "군산공장 문제를 정부가 계속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인 업체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는 바로는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군산공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러 아이디어를 들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군산공장을 제3자에 매각하거나 자동차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행사장 앞에서 '불법파견 해결 없이 한국GM 정상화 어림없다' 등을 적은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노조 관계자는 백 장관에게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국GM 공장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 해결 없이 단순히 공적자금을 지원하면 혈세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 장관은 "정부도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며 여러분과 같이 계속 논의하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