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구노조가 조합비 안내고 탈퇴한 직원들 조합원에 포함시켜""노동위가 진상조사해야"…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부작용 대두
  • ▲ ⓒ한화손해보험.
    ▲ ⓒ한화손해보험.

    쌍두마차 복수노조를 거느린 한화손해보험이 노노(勞勞)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진행된 교섭대표노동조합 선정에 있어 교섭권 획득의 핵심요소인 조합원 수가 구(舊)노조에서 갑자기 불어난 과정이 석연치 않아서다. 새노조는 구노조가 탈퇴한 직원들과 조합비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해 꼼수로 숫자를 늘렸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 새노조는 구노조가 대표교섭권 선정과정에서 불법과 꼼수를 저질러 단체교섭권을 획득했다며 최근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한 기업 내에서 노동자들은 다수의 노동조합을 꾸릴 수 있는데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는 교섭권은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노조가 거머쥘 수 있다. 때문에 단체교섭권 지위 재선정 시기가 가까워지면 노조에서는 조합원 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조합원 수가 비슷한 복수노조를 둔 한화손보도 지난 2월 새 교섭대표노조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는데 당시 공개된 조합원 수는 새노조가 680명, 구노조가 670명이었다. 조합원 수가 많은 새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가져가는 상황이었으나 구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면서 다시 조합원수 집계를 진행했고, 그 결과 구노조 조합원수가 50명 늘어나 새노조를 역전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이를 토대로 지난 3월 구노조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했다.

     

    새노조는 구노조가 이의신청을 하고 재집계한 10일 동안 노조원 50여명이 급증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범 한화손보 새노조위원장은 “구노조의 조합원 수는 2월 22일 670명에서 3월 3일 720명이 돼 50명이 늘었다”며 “앞서 구노조에서 새노조로 이적한 조합원 수 21명을 포함하면 9일 만에 71명의 조합원이 늘어난 셈인데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규정상 조합비를 내는 직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구노조 조합원 중에는 조합비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과거 탈퇴한 직원들까지 조합원 숫자에 포함시키는 꼼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위원회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7(과반수 노동조합의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 등)에 따라 기준에 맞는 조합원 수를 집계해야 하지만 구노조가 제출한 자료만을 믿고 이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위법한 판단을 내렸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합원들의 조합가입 의사를 직접 조사·확인해 재판단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기 위한 노조 간 조합원 확보 쟁탈 등 경쟁이 격화되면서 복수노조제도 자체의 부작용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한화손보 노조사례처럼 과도하게 조합원을 늘리려 노조끼리 다툼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노조약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섭권을 한 개의 창구로 통일해야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번 교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지만 소수 근로자가 노조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복수노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말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것은 옳았지만 교섭창구단일화로 인해 소수노조는 사실상 교섭권을 빼앗기고 있으며, 사용자 측에서는 어용노조를 다수노조로 만들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한 노조 전문가는 “노사 간 대립이 결국 복수노조를 이용한 노조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등 해외사례처럼 노동위원회의 직권조사 강화와 교섭에 늑장을 부리는 사용자에 대한 이행강제금제도 도입 등 구제명령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