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한 외나무다리 심판이 본격 시작된다.
분식회계 논란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 양측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심판을 맡은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날 감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한다.
그동안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신들의 당위성, 정당성을 주장해왔다면 앞으로는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심판을 통해 그동안의 시비를 가리고 확정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감리위원회의 실질적인 논의를 마치고 내달 7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안건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리위가 예선전이라면 증선위가 본선 또는 결선이 되는 셈으로 감리위와 증선위가 내린 결과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 두 곳 중 한 곳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의 회계부정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과 금감원의 무리한 감리 결과에 대한 내용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부 전문가와 협의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로 분식회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은 일찌감치 치열한 장외 공방전을 벌여왔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전례 없는 공식 발표를 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긴급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를 반박하는 한편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한 상태다.
또 15일에는 금감원에 회계처리 규정 위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바이오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한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실제로 콜옵션 권리를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50%+1주'로 낮아져 지배력이 약해진다.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말 감사인이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제안했고 회사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으나 외부 회계 전문가들이 모두 '콜옵션을 반영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돼 갑자기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2012년 설립 당시 85%에서 현재 94.6%로 확대됐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바이오젠과 콜옵션 관련 계약을 맺었지만 공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회계처리를 변경한 2015년 감사보고서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2016년 감사보고서에야 바이오젠의 콜옵션 권리를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혐의를 2015년 7월에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합병 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회계감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문제가 되는 회계처리는 2015년 말에 이뤄진 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오히려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 진행돼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감리위가 검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대심제로 열려 공방전의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감리위를 앞두고 금융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어느 한 곳의 손을 들어줘야만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과 금감원 모두 결과에 따른 타격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판을 맡은 금융위 역시 감리위와 증선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그 어느때 보다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