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진보성향 물갈이, 대폭 인상 우세김동연 부총리 '일자리 걱정' 공염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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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 샅바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산정기준) 논의 등 변수가 많아 노사 간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7일 류장수 의원과 김성호 상임위원을 제11대 최저임금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각각 선출하고 제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의 막이 오른 셈이다.
노사는 전원회의 개최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경영계에선 예년보다 최저임금위 위원 위촉이 한 달 이상 늦어진 배경에 정부와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만큼이나 급격하게 올리려는 꼼수가 작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 달 지선을 앞두고 최저임금이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지선과 연관 지어)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영계의 문제 제기에도 초반 분위기는 노동계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난 8일 정책설명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물갈이된 공익위원 대부분이 진보성향 인사로 채워지면서 내년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노동경제분야 한 전문가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그동안 정치적 차원에서 결정된 측면이 있다"며 "영세한 소상공인은 (인상률과 무관하게) 항상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정부로선) 올해 (추가로 대폭) 올려놓지 않으면 앞으로 인상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적어도 올해 수준의 인상이 이뤄질 거로 본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1060원) 올랐다. 이는 16.6% 인상률을 기록했던 2000년 9월~2001년 8월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2020년 1만원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2년간 평균 15.2%씩 올려야 한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678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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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파열음은 뜻밖에도 경제정책 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빚어졌다. 김 부총리는 지난 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고용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의 관련성을 묻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엔 아직 시간이 짧다면서도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 부총리의 기존 태도와 달라진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16일 열린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3월 고용 부진은 기저효과와 조선·자동차업종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었다.
통계청은 지난 16일 발표한 고용 동향에서 4월 총취업자 수가 268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취업자 증가 규모가 3개월 연속 1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제시한 취업자 증가 목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고용 한파라는 분석이 나왔다.
설상가상 류장수 신임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부진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활동 기간에 전체적으로 한 번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은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한 인상률과 관련해선 "선험적으로 정해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위원 구성이 진보성향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는 비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공익위원을 만나보고 상당히 열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애초 전망과 달리 순탄치만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노동계도 이와 관련해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노총 송명진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검증할 시간도 없이 부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며 여론을 조장하는 움직임이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 정책방향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새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지속해서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인상률 수준 이상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일각에서도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다.
노동경제 전문가는 "최저임금위 위원의 임기가 3년인 만큼 한 박자 쉬었다 갈 수도 있다"며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은 이런 측면에서) 일종의 면죄부를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올해와 비교할 때 인상률이 큰 폭으로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변수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경영계는 여기에 정기상여금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태도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대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제도 개편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산입범위 조정을 뼈대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이에 노동계는 본격적인 반대투쟁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20일 국회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저지하겠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전국의 여당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등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비를 줬다가 빼앗는 제도 개악을 막고자 온갖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여당이 (산입범위 관련) 논의를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로 넘기겠다고 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