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입범위 논의 국회 주장에서 최저임금위로 유턴
  • ▲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연합뉴스
    ▲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연합뉴스

    최저임금 산입범위(산정기준) 조정과 관련해 경영계 자중지란으로까지 비쳤던 사용자단체 간 이견이 하루 만에 봉합됐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노동계 2중대'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총이 산입범위 조정을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던 주장을 철회했다"며 "(경총이) 최저임금은 중소기업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중기중앙회와 의견을 같이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경총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노사 간 쟁점인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노동계의 주장과 같은 견해다.

    산입범위 조정 등 최저임금 제도개편안은 최저임금위에서 지난 3월 초까지 8개월간 논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아 공이 국회로 넘어온 상태였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경영계는 여기에 정기상여금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태도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대한다.

    사용자단체 한 관계자는 "직전 최저임금위의 노동자위원도 국회에서 산입범위를 조정하자는 견해였다"며 "환노위 여당 의원이 친노동계 성향이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막상 여야가 산입범위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기로 이견을 좁히자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산입범위 조정을 다시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이번에 법 개정을 유예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최저임금위는 결정 권한이 없으므로 결국 법 개정은 국회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단체 맏형격인 경총이 노동계 주장과 같은 의견을 내놓자 일각에선 경총이 노동계 2중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총의 돌출행동 배경에 지난달 취임한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송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영배 전 부회장이 물러나고서 취임한 경총 역사상 첫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때 고용부 근로기준국장과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지냈던 송 부회장이 친노동 성향이어서 국회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을 잘 아는 고용부 오비(OB·전직 관료)는 "송 부회장은 정통관료로 정치성 없이 소신껏 일하는 스타일"이라며 "친노동 성향도 김영배 전 부회장과 비교돼 그럴 뿐 편향된 성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용부 OB도 "송 부회장은 과거 고향 사람이 인사 청탁을 했을 때도 봐주지 않을 만큼 원리원칙주의자"라며 "근로자를 무조건 배제하지는 않겠으나 경총에 몸담고 있는 만큼 (사용자단체)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오히려 재계에서는 경총 회장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운털이 박혔던 CJ그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친화적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단체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경총의 모호한 자세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총은 사용자측 대표 수임 단체임에도 회장을 대기업에서 맡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기업 처지에서 논의를 이끌어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신중할 순 있으나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았다"고 했다.

    사용자단체가 의견을 낼 때 경총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소홀하고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왔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최저임금위 전 사용자위원은 "사용자위원인 경총 이동응 전무의 경우 정부와의 마찰을 싫어하다 보니 정부측 의견에 흔들리거나 영향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적잖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