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검사 미고지=고지의무 위반?…엇갈린 판례에 시장 혼란한국소비자원 “정기검사는 재검사 아냐, 보험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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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당뇨․간질환 등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유병자보험이 ‘고지의무 위반’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유병자들이 과거 질병과 관련한 정기적인 검사 진행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게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게 쟁점이다.

    유병자보험 가입자의 대부분은 과거 질병에 대한 정기적인 추적관찰 등 정기검사를 받고 있어 이로 인한 계약 해지와 보험금 지급분쟁 소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융당국과 한국소비자원에 유병자보험의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한 보험가입자와 보험사간 보험금 분쟁 건이 접수되고 있다.

    보험사는 청약과정에서 1년 이내 재검사(추가검사) 실시 및 3개월 내 재검사 필요소견을 받은 사실 여부를 묻는데 보험가입자가 매년 받는 정기검사를 알리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게 문제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 경우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의 관련판례도 엇갈리고 있어 일각에서는 금융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유병자보험이 제 역할을 못할 뿐더러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유병자보험에서 정기적검사는 추가검사나 재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조정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결정이 보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용을 보면 조정 신청자인 유병자보험 가입자 A씨는 2008년 암(역형성별세포종) 진단을 받은 후 2015년 B보험사의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2017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전두엽,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A씨는 B보험사에 관련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B보험사는 보험가입 얼마 전 병원에서 추가 CT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과 2014년 대장내시경 중 폴립을 절제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A씨가 고지대상 기간인 가입 전 2년 이내에 암에 대해 추적검사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암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어 약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보험소비자들이 유병자보험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된 계약의 원상회복과 보험금 지급요구 등에 대한 조정 신청을 해오고 있다”며 “유병자보험에서 보험가입자가 고지할 사항은 추가검사나 재검사를 의미하는데 만성질환자들의 정기적 검사, 즉 치료를 동반하지 않는 단순한 추적검사는 추가검사나 재검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