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추천위원회 집중 권한, '지배구조위원회-회장후보심사위원회-이사회' 분산회장 후보 정관 수정… '정권 입맛 따라 결정' 오명 벗어날 배경 마련도
  • 황창규 KT 회장(CEO)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또 한번 CEO 수난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내놓은 지배구조개선안 'G프로젝트'가 지난 주주총회 이후 본격 가동되며 KT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황창규 KT 회장과 구 모 사장 등 KT 경영진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이로써 KT는 CEO 공백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지만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CEO 리스크가 다시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황 회장은 연임 성공 이후 일찌감치 이 같은 KT의 고질적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나섰다. 회장 재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이사회 독립성 논란도 지배구조개선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원인 중 하나였다.

    KT의 지배구조개선에서 중심축 역할을 맡은 곳이 '지배구조위원회'다. 지난 2010년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사항을 상시 논의할 수 있도록 이 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이후 통상적인 심의 의결 과정을 처리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지난해부터 지배구조위원회는 'G프로젝트(G-Project)'라는 그룹 지배구조개선안을 꾸준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G프로젝트는 행정체계,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KT가 발행한 '2018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계민 위원장 등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이뤄진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해 2월 위원회를 통해 G프로젝트 추진 계획안을 처음으로 보고 받았다. 이후 한 해 동안 내부 연구와 정관 등 관련 규정 검토 작업을 이어왔다.

    올 초 처음 열린 지배구조위원회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검토한 G프로젝트의 최종안이 보고되고 규정 확인을 거쳐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붙였다. 그 결과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및 이사회로 분산키로 확정했다.

    회장 후보가 외부인사 뿐만 아니라 KT 내부 임원 중에 나올 수 있게 정관도 수정했다. 그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회장 인사가 결정된다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정치자금법 수사로 또 한번 위기를 맞으면서 G프로젝트로 시작한 지배구조개선안 실행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경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황 회장이 앞으로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KT가 특히 내부 인물을 중심으로 후임 CEO를 육성하는 데 방점을 둘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외풍에 시달려 왔던 KT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을 기반으로 한 CEO 후보군 양성 및 검증하는 프로세스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