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면허 취소 의견 분분·법률자문 내부규정도 없어… 결론 날까 의문여론 악화에 행정소송도 예상… 민간에 책임 떠넘기기·꼬리 자르기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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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29일 외국인인 조 전 전무의 항공법령 위반과 관련, 진에어 면허를 취소할 건지에 대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진에어 청문과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면허자문회의 등 절차를 밟아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진에어에 대한 제재방안을 발표한다며 지난 27일부터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었던 상황이었다. 앞으로 2개월 남짓 청문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며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이날 발표가 생뚱맞은 이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 여부와 관련해) 오래 고민했고 법률 자문과 조사가 거의 끝났다"며 "(발표는) 며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결론을 발표하는 데 있어 며칠과 2개월 이상은 큰 차이가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은 이에 대해 "(윗선의 재고 요청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오늘 면허 취소 여부에 대해 결론 낸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며 "언론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중구난방 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재발 방지와 관리·감독 강화, 항공사 갑질 근절을 위한 관련 부처 대책 등을 한꺼번에 말씀드리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고 이해를 구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면피성 폭탄 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동안 국토부가 장고를 거듭해온 만큼 결론을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최근 들어 진에어 직원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국토부가 법무법인 3곳에 법리검토를 의뢰할 때부터 이미 제기됐던 문제다.
김 차관은 "국토부 스스로 법리 검토할 수 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며 "(다만) 현재 면허 취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더 넓은 자문과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투명하고 정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당장이라도 국토부가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더 심사숙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법조계에서도 논란의 핵심인 진에어 면허 결격사유 소급적용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로펌 자문에서도 2곳은 면허 취소 가능, 1곳은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견해로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국토부는 법리검토를 좀 더 심도 있게 한다지만, 앞으로도 견해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국토부 내부 규정에 법률 자문 결과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도 함정이다. 가령 면허 취소 의견이 더 많으면 그에 따른다는 식의 규정이 없다. 법률자문은 요식행위로 국토부 결정에 있어 참고자료일 뿐이다. 국토부가 자문결과와 무관하게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진에어가 국토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해명했고 조사도 마쳤다는 국토부가 다시 청문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외부 전문가 중에서 선임하는 청문 주재자가 결론을 도출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예상되는 행정소송이나 대량 실직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한 발 빼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진에어가 조 전 전무가 외국인임을 고의로 숨기고 국토부와의 유착을 통해 불법 등기이사 등재를 밀어붙였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다만 면허 변경 발급 당시 국토부의 면허관리가 꼼꼼히 이뤄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진에어로선 3개월 내 조 전 전무를 등기이사에서 빼고 면허발급 신청을 다시 할 수 있었다는 점은 한 번쯤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직원 3명을 직무유기로 수사 의뢰하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