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 원인, 올 상반기 의료수익 전년 比 '–1277억'수익모델 다각화 추진 … 진료로 돈 벌기 어려운 구조 탈피4차 암병원 방향성 제시 … 미래·정밀의료 드라이브
  • ▲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지난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연세의료원
    ▲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지난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연세의료원
    "의료수익은 절망적이다. 작년과 비교해 올 상반기 의료수익은 마이너스 1277억원이 됐다. 애초에 진료로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수익구조 다변화 없이는 혁신이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딛고 최(最)상급종합병원의 역할론을 제시할 것이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지난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환경의 변화로 당장 의료이익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혁신의료나 필수의료체계 도입 등을 위한 미래 발전동력으로 진료 외에도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세의료원은 의정갈등이 시작된 올해 의료수익으로 상반기만 12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영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수준의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 활성화를 위해 대폭 지원금을 늘리고 임상연구 계약, 상용화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의과대학은 163억원, 치과대학이 156억원, 간호대학 7억2000만원이 배정돼 교수들에게 과제별로 최대 2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의료질 향상을 위해 매년 20억원씩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체계가 국내 최초 수부이식 수술이라는 임상 성과는 물론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신의료기술 등재 등으로 이어졌다.

    R&D 기획서비스나 연구 수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지원 그룹을 신설하는 등 연구지원시스템도 고도화했다. 데이터연구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헬스 인프라를 강화하고, 신진교수의 연구정착을 위한 지원금도 올해 상반기에만 16억원 넘게 지원했다. 

    맞춤형 전담특허사무소 제도를 운영하고, 특허나 기술이전 관련 전문인력 육성, 교수창업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 10월까지 30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이전은 23건으로 계약액은 117억원에 이른다. 

    연세대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전·현직 동문들로 구성된 기부형 펀드 ‘세브란스 MD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고 투자기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민간투자사와 의료원 최초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벤처투자조합은 국내 최초의 산학협력 펀드이자 대학 동문 네트워크 기반의 펀드로, 우수한 기술과 사업성을 보유한 바이오헬스 분야의 유망기업을 발굴해 세계적인 바이오헬스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한다. 

    투자 수익 일부는 학교의 R&D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지금까지 약 90억원의 투자금액을 운용하며, 11개 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투자기업의 총가치는 203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연세대 교수창업 벤처들도 포함된다. 

    모금 활성화를 통해 나눔문화가 환자치료와 연구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부금 운영체계도 손본다. 기관별, 목적별 전략을 세워 필요한 나눔이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향후 7년간 '거액모금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환자지원을 위해 33억7700여만원이 모였고 연구기부금은 17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금됐다. 특히 익명의 기부자는 의과대학 교육과 연구활성화 목적으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특허와 신의료기술 등 연구개발 기술을 통한 수익이 미래의료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거액모금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패러다임 변화, 4차 암병원으로의 도약

    의정 사태로 대형병원의 분위기는 암울하지만 패러다임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되는 목표다. 세브란스병원은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를 운영하며 미래의료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기에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금 의료원장은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신의료기술 등 혁신의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초고난도 중증질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시스템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발맞춰 병원의 모든 기능을 초고난도질환 치료 기반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의료원 산하 각 병원은 기존의 일반·단기병상의 비중을 줄이는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인프라를 전환하고 있으며,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TF도 구성했다. 

    TF를 중심으로 각 병원은 전문의 비율을 확대하고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성화하는 등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는 "의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정밀의료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5월 희귀유전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해 임상유전과와 소아신경과 등 17개 진료과 22명의 전문의가 참여한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을 개소한 바 있다. 여기에 신의료기술의 선제적 도입을 위한 제도나 지침 등도 마련할 방침이다. 

    금 의료원장은 "4차 암병원으로의 도약, 최(最)상급종합병원 역할론 정립을 위해 다각적 연구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환자가 최상급 진료를 받기 위한 환경조성을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