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법령 미비·아시아나 형평성·고용문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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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진에어에) 해명 기회를 주기 위한 자리로, 말 그대로 잘 듣겠다"고 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국토부 요구에 따라) 제출하는 서류로만 소명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에는 직접 설명할 수 있는 만큼 전달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청문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다.
청문 주재자는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이 맡는다. 국토부는 최소 3회 이상 청문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달 초 열리는 청문에는 진에어 직원이나 이해관계자 등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청문이 끝나면 국토부는 다음 달 말이나 9월 초쯤 면허자문회의를 열어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진에어는 크게 3가지 쟁점에 맞춰 소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법령의 미비, 아시아나항공과의 행정처분 형평성, 1900여명에 이르는 직원 고용 문제 등이 그것이다.
진에어는 각각 면허 결격사유와 항공기 등록을 제한하는 항공사업법 9조와 항공안전법 10조1항5호를 들어 항공 관련 법률에 일부 모순되는 부분이 있고, 관련 법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국토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외국인)에게 면허를 줄 수 없다는 항공안전법 10조1항1호를 근거로 면허취소를 검토하는 중이다. 문제가 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진에어 사내이사로 있었다.
진에어는 항공사업법은 항공기 등록을 제한하는 항공안전법에 근거해 면허 결격사유를 두는데 항공안전법 세부 사항에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항공안전법 10조1항5호에는 외국인이 법인 등기상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 등기상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이라고 외국인 관련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주장하는 10조1항1호의 외국인 조항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달리 해석하면 법인 등기이사 중 외국인이 대표이사가 아니거나 외국인이 절반을 넘지 않는 경우는 항공기 등록 제한 대상이 아니고, 항공사업법 9조의 면허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법 10조1항이 운송면허와 무관하게 기업의 자가용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을 등록하는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어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반면 진에어 측은 항공법령 개정 과정에 오류가 있었으나 국토부가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견해다. 1961년 제정된 항공법은 1991년 수차례 전면·일부 개정을 거쳐 지난해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등 3개 법률로 쪼개졌다. 진에어는 외국인 임원이 있는 법인이 면허취소 대상에 처음 추가된 1991년 전면 개정 때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형평성 문제도 쟁점 사항이다. 국토부 전수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인 '브래드 병식 박'이 2004년 3월24일부터 2010년 3월26일까지 6년여간 등기이사 겸 사외이사로 재직한 게 확인됐다.
국토부는 2008년 6월부터 2012년 7월까지는 행정관청의 재량으로 면허취소 여부를 가릴 수 있었기에 아시아나항공은 행정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다. 또 2014년 대표이사를 변경하면서 외국인 등기이사가 있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새 규정에 맞게 신규 면허를 받은 만큼 면허취소가 어렵다는 견해다.
하지만 박씨가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있던 2004~2008년 항공법에는 외국인이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걸리면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게 돼 있어 국토부가 진에어에만 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의 박씨 사례를 발견하고 3곳의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2곳은 면허취소가 안 된다고 했지만, 나머지 1곳은 행정소송을 떠나 일단 취소는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의견이 엇갈린 것도 논란을 부채질한다.
직원 고용 불안도 중요한 관건이다. 국토부가 면허취소라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리면 모든 운항 노선과 면허를 반납하고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제3자가 손해만 보는 진에어를 인수할 리 없다는 게 진에어 측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실정이다. 국토부 법률자문단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법리해석이 중요한데 해석에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면허취소가 이뤄져도 행정소송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